국제유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을 계기로 서부텍사스원유(WTI), 두바이유 모두 2009년 이후 6년여 만의 최저 수준인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브렌트유 역시 40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나 유가가 60달러 정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유가 시대가 왔다!

이미 우리 경제 일각에서는 저유가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건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축산업의 피해가 심각하다.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가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 들어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건설·플랜트 금액이 147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절반도 안 된다.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조선은 대형 해양프로젝트 발주가 뚝 끊기면서 ‘일감 절벽’에 직면했다. 철강, 석유화학도 매출 급감으로 비상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났던 작년 하반기보다도 타격이 크다는 소리가 나온다.

물론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0달러 이하의 유가는 미국조차 감당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글로벌 산업구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산업의 원가와 가격 체계가 급변하고, 석유메이저와 조선 정유 등 관련 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수합병과 감량 등 구조조정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위축 일로다. 국제 정치 역시 급변할 전망이다. 당장 중동 등 산유국들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게 뻔하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난에 빠졌고, 러시아 브라질은 국가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평가다. 저유가는 정치·경제·사회 등 다방면에 걸쳐 엄청난 충격을 몰고올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산유국과 자원부국들의 위상 하락, 셰일오일과 강한 달러를 가진 미국의 주도권 강화, 태평양 중심의 역학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지형의 대격변기다.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