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콘텐츠가 ICT(정보통신기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짤막한 동영상을 시청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모바일 동영상 시대를 맞아 전자업계, 이동통신사, 플랫폼 업체들의 대응과 전략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동영상서 금맥 캐는 ICT(하)] 4000만 홀린 10분의 마법…TV 넘어선 포털
[ 최유리 기자 ] 지난 9월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된 웹예능 '신서유기'가 '대박'을 터뜨렸다. 5~10분 가량으로 구성된 23편의 영상이 총 4300만뷰 가량을 기록하면서다. 100만뷰를 넘긴 영상이 히트작으로 꼽히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신서유기의 흥행이 갖는 의미는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 파워만 있으면 웹 기반 영상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신서유기는 CJ E&M 계열인 tvN이 만들고 네이버가 유통을 맡았다. 방송사 스스로 TV를 뚫고 나온 셈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구분이 없어졌듯 TV냐 다른 플랫폼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업계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주요 동영상 플랫폼인 포털사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특히 모바일에 사활을 건 포털사 입장에서 동영상 확보는 생존 과제다. 모바일에선 동영상이 킬러 콘텐츠로 꼽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콘텐츠로 재미를 본 포털사들이 자체 콘텐츠 확보에 나선 이유다.

◆ 방송 콘텐츠 업은 포털…동영상 서비스 급성장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네이버 TV캐스트의 동영상 재생건수는 48억건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총 재생건수(13억건)를 3배 이상 넘어선 것. 이용자의 평균 체류시간도 2배 이상 늘었다.

TV캐스트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방송사의 콘텐츠가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스마트미디어렙(SMR)'은 유튜브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고 네이버, 카카오로 서비스 플랫폼을 옮겼다. SMR은 SBS, MBC 등 주요 방송사의 동영상 유통을 맡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자들은 틈새시간을 이용해 방송을 본다"며 "이에 따라 TV와 모바일을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 영상이 트래픽 증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콘텐츠에 붙는 광고 매출의 대부분을 SMR이 가져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사들은 광고 매출의 90%를 SMR에 배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에 들어가는 사업 비용과 수익 배분율을 고려하면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다만 방송 콘텐츠를 통해 TV캐스트에 대한 인지도를 쌓고 서비스 역량을 키우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 걸음마 시작한 동영상 광고…'빅점프' 노린다

포털사의 동영상 광고 매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네이버의 동영상 광고 매출은 전체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의 10% 미만을 차지한다. 그러나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영상서 금맥 캐는 ICT(하)] 4000만 홀린 10분의 마법…TV 넘어선 포털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 따르면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은 1183억원(2015년 기준) 규모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검색 광고의 성장률이 2%에 머문 것과 대조되는 성적이다.

동영상 콘텐츠가 빛을 볼수록 관련 광고 매출도 커질 전망이다. 콘텐츠에 붙는 광고 상품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동영상이 인기를 끌수록 관련 광고의 단가도 오르는 구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동영상 광고의 단가는 뷰당 3~4원 가량이지만 킬러 콘텐츠의 경우 20원 이상까지 상승했다"며 "1000만뷰 이상의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동영상 광고 시장의 잠재력은 커진다"고 말했다.

◆ 자체 콘텐츠 확보 경쟁…통큰 투자 잇달아
[동영상서 금맥 캐는 ICT(하)] 4000만 홀린 10분의 마법…TV 넘어선 포털
포털사들은 자체 동영상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1인 창작자를 위한 채널을 만드는 한편 통 큰 투자에도 나섰다. 다양한 콘텐츠로 이용자 층을 넓히기 위해서다. 수익성이 제한적인 방송 콘텐츠를 넘어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1인 창작자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네이버는 최근 '플레이리그'를 선보였다. 누구나 자신의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다음tv팟'을 통해 1인 방송진행자(BJ) 채널을 늘리고 있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도 나섰다. 네이버는 향후 3년 간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창작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도 만들기로 했다. 카카오 역시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콩두컴퍼니에 2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콩두컴퍼니는 게임 방송에 특화된 멀티채널네트워크(MCN)다.

장준기 네이버 동영상셀장은 "신서유기에서 성공 모델이 나왔듯 영상과 관련된 새로운 실험에 지원하겠다"며 "웹드라마 등 웹 기반 콘텐츠와 플레이리그를 통해 모인 개인 창작물들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