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속출하는 '권리금 법제화'] "월세 1200만→3000만원으로 올려달라"…음식점 결국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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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급등' 폐업 속출
임차인의 소송 막기위해 계약만료 6개월전부터 임대료 상향·퇴거 요구
명도 소송도 잇따라
"재건축 등 이유로 나가달라"
5년 계약보장 적용 못받아 임차인들 거리로 내몰려
임차인의 소송 막기위해 계약만료 6개월전부터 임대료 상향·퇴거 요구
명도 소송도 잇따라
"재건축 등 이유로 나가달라"
5년 계약보장 적용 못받아 임차인들 거리로 내몰려
최근 1~2년 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떠오른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국군재정관리단과 맞닿은 왕복 2차선 회나무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최근 들어선 수제 맥주집, 카페 등과 기존 노후 상가가 뒤섞여 있다.
손님 발길이 뜸하던 이곳이 활성화된 뒤 지난 5월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제도까지 도입되자 가족처럼 지내던 임대인과 임차인이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이곳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우모씨는 “임대료 인상과 점포 퇴거 요구에 따른 갈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권리금이 법제화된 뒤 서울·수도권 인기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급등하는 일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권리금 방해 불허’ 부작용 속출
지난 5월13일 시행된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법)은 권리금을 처음으로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개정법은 임대인이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임차인이 후속 임차인과 권리금을 주고받는 것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 만약 방해하면 임차인이 ‘권리금에 상당하는 돈을 달라’고 소송을 걸 수 있다.
그러나 이 ‘3개월 규정’을 둘러싼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의 A소극장은 지난달 15일 5년 계약만료에 앞서 6개월 전부터 임대인으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았다. 임대인은 이때부터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임차인을 구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임차인 섭외가 불가능해진 소극장은 권리금 회수 방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3개월이 아닌 6개월 전부터 방해를 받았기 때문에 판결 결과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경리단길에서 영양탕집을 운영하는 유모씨도 계약만료 시점인 지난 7월보다 4개월 앞선 3월께 퇴거요구를 받았다. 권리금을 주고받을 새 임차인을 데려왔으나 거절당했다. 임대인은 명도소송으로, 유씨는 권리금 회수방해 손해배상소송으로 맞붙고 있다.
권리금을 보호하려는 상가임대법 개정이 오히려 권리금 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울 강남역 근처 강남부동산 관계자는 “자리가 좋은 곳은 권리금을 배제하고 보증금과 임대료를 최대한 올려 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남대로 인근에서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1000만원을 내고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했던 박모씨는 5년 계약만료를 앞두고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15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올 6월 폐업했다. 이전 임차인에게 준 권리금 3억원은 후속 임차인을 찾지 못해 회수하지 못했다.
◆‘영업 중단 1년반 규정’의 오해
개정법 10조의 2항 4호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조문은 임차인이 점포를 놀려 가치를 떨어뜨린 경우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게끔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임대인이 악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사실상 영업할 수 없는 상태를 1년6개월간 유지한 뒤 새 임차인을 물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에 따른 퇴거 갈등도
서울 충무로 한 빌딩 건물주인 Y기업은 상가 임차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벌이고 있다. 건물 안전 문제가 심각하니 자리를 비우라는 내용이다. 권리금 2억~4억5000만원을 주고 2~3년 전부터 영업을 해 온 김모씨 등 임차인 5명은 1심에서 져 퇴거 위기에 몰렸다. 현재 공탁금을 걸고 강제집행을 막은 뒤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그밖의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상가임대법상 계약갱신 보호 기간인 5년이 안 돼도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Y기업 건물 임차인 측 변호인은 “건물주들이 안전진단을 급히 추진하면서 임차인들에게 나가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개정법에 따라 권리금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 전에 미리 임차인을 내보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Y기업 변호인은 “50년 된 노후 건물을 법적 절차에 맞춰 재건축하는 것”이라며 “재건축 가능성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 권리금
①영업시설·인테리어·비품 ②거래처·신용·단골손님·영업상의 노하우 ③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 ①을 시설권리금, ②를 영업권리금, ③을 바닥권리금으로 칭한다.
이해성/홍선표 기자 ihs@hankyung.com
손님 발길이 뜸하던 이곳이 활성화된 뒤 지난 5월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제도까지 도입되자 가족처럼 지내던 임대인과 임차인이 다툼을 벌이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이곳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는 우모씨는 “임대료 인상과 점포 퇴거 요구에 따른 갈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권리금이 법제화된 뒤 서울·수도권 인기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료가 급등하는 일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권리금 방해 불허’ 부작용 속출
지난 5월13일 시행된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법)은 권리금을 처음으로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개정법은 임대인이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임차인이 후속 임차인과 권리금을 주고받는 것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 만약 방해하면 임차인이 ‘권리금에 상당하는 돈을 달라’고 소송을 걸 수 있다.
그러나 이 ‘3개월 규정’을 둘러싼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의 A소극장은 지난달 15일 5년 계약만료에 앞서 6개월 전부터 임대인으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았다. 임대인은 이때부터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임차인을 구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임차인 섭외가 불가능해진 소극장은 권리금 회수 방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3개월이 아닌 6개월 전부터 방해를 받았기 때문에 판결 결과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경리단길에서 영양탕집을 운영하는 유모씨도 계약만료 시점인 지난 7월보다 4개월 앞선 3월께 퇴거요구를 받았다. 권리금을 주고받을 새 임차인을 데려왔으나 거절당했다. 임대인은 명도소송으로, 유씨는 권리금 회수방해 손해배상소송으로 맞붙고 있다.
권리금을 보호하려는 상가임대법 개정이 오히려 권리금 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울 강남역 근처 강남부동산 관계자는 “자리가 좋은 곳은 권리금을 배제하고 보증금과 임대료를 최대한 올려 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남대로 인근에서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1000만원을 내고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했던 박모씨는 5년 계약만료를 앞두고 보증금 2억5000만원, 월세 15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올 6월 폐업했다. 이전 임차인에게 준 권리금 3억원은 후속 임차인을 찾지 못해 회수하지 못했다.
◆‘영업 중단 1년반 규정’의 오해
개정법 10조의 2항 4호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조문은 임차인이 점포를 놀려 가치를 떨어뜨린 경우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게끔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임대인이 악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사실상 영업할 수 없는 상태를 1년6개월간 유지한 뒤 새 임차인을 물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에 따른 퇴거 갈등도
서울 충무로 한 빌딩 건물주인 Y기업은 상가 임차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벌이고 있다. 건물 안전 문제가 심각하니 자리를 비우라는 내용이다. 권리금 2억~4억5000만원을 주고 2~3년 전부터 영업을 해 온 김모씨 등 임차인 5명은 1심에서 져 퇴거 위기에 몰렸다. 현재 공탁금을 걸고 강제집행을 막은 뒤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그밖의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상가임대법상 계약갱신 보호 기간인 5년이 안 돼도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Y기업 건물 임차인 측 변호인은 “건물주들이 안전진단을 급히 추진하면서 임차인들에게 나가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개정법에 따라 권리금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 전에 미리 임차인을 내보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Y기업 변호인은 “50년 된 노후 건물을 법적 절차에 맞춰 재건축하는 것”이라며 “재건축 가능성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 권리금
①영업시설·인테리어·비품 ②거래처·신용·단골손님·영업상의 노하우 ③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 ①을 시설권리금, ②를 영업권리금, ③을 바닥권리금으로 칭한다.
이해성/홍선표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