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11개월째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그래도 밝은 뉴스가 들려와 반갑기 그지없다. LG화학이 배터리 수출의 새 역사를 쓰게 된 것이 그렇다. 세계 1위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인 미국 AES에너지스토리지와 1GWh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LG화학은 이번 계약으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알려져 침체된 국내 제조업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줬다.

AES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처음 도입해 상업화한 회사로 세계 주요 지역에서 ESS 프로젝트 실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수주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SS 세계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이 시장은 올해 1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15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상 연평균 성장률이 144%에 달한다. LG화학으로서는 새로운 날개를 단 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LG화학의 기술력이다. 지난 6월 세계 ESS 배터리 제조기업 평가에서 LG화학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ESS 배터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LG화학의 기술집념이 기어이 ‘대박’ 수출계약을 끌어낸 것이다. ESS 배터리만이 아니다. 그동안 일본 파나소닉이 미국 테슬라에 독점 공급하던 전기차 배터리를 LG화학이 따낸 것도 마찬가지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정도로 LG화학의 고품질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은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명성이 높다. 테슬라와의 거래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ESS 배터리에서 잇따라 개가를 올리고 있는 LG화학에서 최근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기업의 탈출구가 엿보인다. 기술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수출과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그리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일본을 넘어서려면 이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