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G5의 콘셉트 이미지. /사진=테크레이더 홈페이지
LG전자 G5의 콘셉트 이미지. /사진=테크레이더 홈페이지
[ 박희진 기자 ]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상반기 스마트폰 대전은 예년보다 일찍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서 시작된 '조기 출시'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아서다.

삼성전자의 대표 프리미엄폰 '갤럭시S7'이 2월 조기 출시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LG전자 'G5' 역시 예년보다 일찍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MWC 2016에서 두 전략 스마트폰이 맞대결을 펼칠지도 관심이다.

◆ '2월 MWC' 차기 전략폰 공개 무대?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최대 관심작인 갤럭시S7과 G5는 내년 2월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나란히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폰아레나와 우버기즈모 등 해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은 지난 9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G5가 내년 2월 공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질러(Zealer)'라는 이름의 웨이보 유저는 공개 시기와 함께 G5가 5.6인치(해상도 1440X2560)의 스크린을 탑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갤럭시S7도 내년 2월 말 판매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부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이 예년보다 빨리 갤럭시 시리즈 부품 공급을 시작한 점 등이 조기 출시설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2년동안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와 S6는 모두 2월 MWC 개막식 직전 공개됐다. 정식 출시는 한달여 뒤였다. 갤럭시S6는 지난해 4월 10일, 갤럭시S5는 2014년 4월 11일이었다.

반면 LG전자가 MWC에서 차기 전략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는 그간 별도의 행사를 통해 G시리즈를 공개했다.

G2는 2013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G3 공개 행사는 지난해 5월 한국과 영국 등 전세계 6개국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했다. 같은 해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된 지 각각 넉 달과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공개행사를 갖고 정식 출시됐다.

올해 LG전자는 처음 갤럭시와 정면승부라는 강수를 던졌다. 야심작 G4를 갤럭시S6와 함께 지난 4월에 출시했지만 판매 성적은 부진했다. G4의 첫 판매고가 반영된 올해 2분기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분 매출은 대표작 출시가 없었던 1분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G4 공개행사에 참석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왼쪽)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지난 4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G4 공개행사에 참석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왼쪽)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 갤럭시S7 2월, G5 3월 출시 전망

두 회사의 전략 스마트폰이 예년보다 빨리 공개되더라도 출시 시기는 어느 정도 간격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스마트폰 시장 전체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업체들이 불필요한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올해 13%에서 내년 7%로 떨어지고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업체들은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면승부는 가능하면 피하는 방향으로 제품 출시 시기를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은 2월, LG전자의 G5는 3월께로 출시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품 출시 일정에 대해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G5의 MWC 공개 여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G 시리즈의 경우 그간 출시 시기가 일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타사 제품과 간격을 두고 출시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7의 콘셉트 이미지. /사진=테크레이더 홈페이지
삼성전자 갤럭시S7의 콘셉트 이미지. /사진=테크레이더 홈페이지
◆ '애플' 피해 시장 선점한다…LG가 더 '시급'

두 회사 모두 차기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서두르는 것은 애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출시된 아이폰6S에 대한 관심을 일찌감치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애플이 3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요 제품의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며 전략을 달리해왔다.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흥행 부진도 내년 제품 출시를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올 들어 수익성 높은 신형 고가폰들이 제 역할을 못했고, 믿었던 보급형마저 무너지면서 두 회사의 이익률이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모델이 잘 팔릴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 보급형 판매액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LG전자는 올해 내놓은 G4와 V10이 잇따라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에 대한 처방이 시급한 상황.

무너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을 하루라도 빨리 다시 세우고 실적을 회복하려면 LG전자는 내년 G5의 출시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출시일을 앞당기면 핵심 전략 제품의 효과를 더 오래 누릴 수 있고 연간 판매량 측면에서도 이익이다.

또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내놔도 삼성전자가 시장을 먼저 싹쓸이 한다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출시 시기를 앞당기는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