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수장들의 올 연말은 어느 해보다 분주하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 사진= <한경DB>
유통업계 수장들의 올 연말은 어느 해보다 분주하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 사진= <한경DB>
신동빈, 해외 출장→롯데월드타워 상량식 준비 등 '분주'
정용진, 국내 일정 조용히 소화…이재현, 재상고 기다려


롯데 신세계 CJ 등 유통업계 대표 수장들의 연말이 어느 해보다 분주하다. 경영권 다툼과 재판 등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이슈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러시아를 비롯 동유럽 해외 출장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롯데월드타워 '상량식' 준비 상황 등을 직접 챙겼다.

매해 11월 열리는 정기 사장단 회의 이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조용한 연말을 보냈던 지난해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7월 신동주 전 롯데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 촉발 이후 신경쓰지 못했던 해외 사업과 계열사 스킨십에 나서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롯데 측 얘기다.

또 형인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형사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 이슈는 해를 넘길 전망이어서 당분간 신 회장의 바쁜 행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이달 초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가 자신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그룹 경영에서 배제했다며 고소한 상태다.

반면 정용신 신세계 부회장의 연말은 '정중동'이다. 정 부회장은 별도의 해외 출장 없이 국내 일정을 조용히 소화하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비밀연구소'와 함께 올해 중점사업으로 밀었던 이마트 자체상품 브랜드(PB) '노브랜드(No Brand)'와 '피코크'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비밀연구소는 세상에 없던 상품을 개발하고자 정 부회장이 지난 8월 직접 꾸린 태스크포스(TF)로 별도의 조직 없이 성수동 이마트 안에서 자유롭게 연구 개발을 진행한다.

정 부회장이 연말까지 비밀연구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에서 나온 제품들이 올해 시장 안착에 성공한 만큼 내년은 이마트 PB제품들의 성패가 갈리는 한 해가 될 수 있어서다.

노브랜드의 물티슈와 기저귀, 화장지, 락스, 주방세제, 감자칩 등은 올해 동일한 상품군 가운데 판매 1, 2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3년 첫선을 보인 피코크 역시 매해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올 연말은 어느 해보다 춥다. 2013년 7월 16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2년 여의 재판 끝에 지난 15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 측은 이번 주 안으로 재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허가 기간이 내년 3월까지로, 재상고 하지 않아 형이 확정될 경우 곧바로 구속 수감된다.

이 회장 측은 그동안 신장이식수술과 CMT(샤르콧 마리투스)란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사유로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해왔다. 이 회장이 그동안 구치소에서 지낸 기간은 3개월 가량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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