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자 한경 보도에서 소개된 국고보조금을 빼먹는 사례는 보조금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요양기관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간병 서비스 등의 이행실태를 일일이 챙기지 못한다는 허점을 노려 허위 서류를 작성해 4년여 동안 요양급여를 가로챘다가 적발됐다. 가짜 기술을 유망 기술로 포장해 유망 벤처기업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사례도 있었다. 조달청에 납품하는 품목을 생산 단가가 낮은 물건으로 바꿔친 기업 또한 몰염치의 극치다. 이 같은 사례는 보조금 비리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국고보조금은 그저 눈먼 돈이고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만 점점 커져 가고 있다. 게다가 보조금은 2011년 43조7000억원에서 올해 58조4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보조금에 맛들인 기업, 단체와 개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조금은 자립과 도전의식을 끊는 ‘어버이 국가’에서의 독약이다. 보조금에 맛들인 기업들은 그 향수를 잊지 못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의존하려 한다. 무위도식하려는 습관만 커져 가는 것이다. 좀비기업이나 좀비단체들이 늘고 있는 이유도 다를 것이 없다. 하물며 지방정부조차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기댄 채 자체적인 세수 확보에 노력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정도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이 같은 보조금 비리구조의 핵심에 있다고 본다. 한 번 보조금이 지급되면 공무원들의 기득권이 되고 만다. 보조금 지급은 바로 정부 규제와 같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보조금마다 임자가 있듯이 담당 공무원들의 연결 고리도 쉽게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보조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지급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엄격한 관리 통제시스템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인력 부족을 핑계로 미적거리고 있다. 공무원들에게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공무원들을 감시해야 할 국회 역시 보조금에 찌들어 있다. 보조금 중독을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