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소위 대타협을 선언한 지 지난 24일로 100일이 지났다. 결국 아무 성과 없이 아까운 시간만 날리고 말았다. 도리어 노동개혁의 동력만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예고됐던 결말이다. 노사정위는 무슨 대단한 타협을 이룬 것처럼 야단법석이었지만, ‘합의하기로 합의했다’는 해프닝이었을 뿐이다. 비정규직 문제, 임금피크제 등 현안에 대해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고약한 꼬리표를 달아놓았으니 결론 없는 회의, 협의를 위한 협의만 끝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 노동단체, 기업이 저마다 딴소리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 여당의 이른바 노동개혁 5개 법안에 대한 국회 처리가 전혀 진전이 없는 것도 그래서다. 경제단체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연내 처리를 호소하고 있지만,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만 무성하다. 노동개혁 법안이라고 하지만 핵심은 다 빠져버린 법안들이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이 법안조차 대타협에 위배된다며 노사정위 탈퇴를 또 겁주고 있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정도의 법안도 안된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비판 여론에 밀려 기껏 절충안이나 대안이라며 제시하는 것이 핵심인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빼고 나머지 노동복지법만 처리하자고 주장하거나, 일정 기간 후 비정규직의 무기 계약직 전환을 의무화하고 청년고용촉진수당을 도입하자는 것 등이다. 개혁은커녕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정부가 더는 국회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회가 법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정부가 행정지침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불과 나흘 후엔 2016년이 시작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요건을 명시하는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어야 노동시장이 작동하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오는 30일 좌담회를 열고 정부안을 공개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임금피크제는 이미 313곳 공공기관 전부가 도입했다. 지침마저 더 늦어지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중소·중견기업의 고용사정만 나빠진다. 개혁은 못하더라도 파탄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