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일본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 관여, 책임 통감"…한국 "소녀상 이전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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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치유 힘든 상처 입은 모든 분께 사죄와 반성"
일본, 정부책임 첫 인정…"위안부 할머니 치유사업 시행"
한·일 "위안부 문제 비난 자제"…법적책임 논란 여전
일본, 정부책임 첫 인정…"위안부 할머니 치유사업 시행"
한·일 "위안부 문제 비난 자제"…법적책임 논란 여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이후 한·일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양국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작년 4월부터 총 12차례의 국장급 협의와 8차례 외교장관 회담을 했고 1년8개월 만에 최종 타결에 성공했다. 24년간 막혀 있던 한·일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책임 부분, 유리한 대로 해석 여지
전문가들은 일본이 위안부 동원에서 군의 개입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동안 위안부 동원의 주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회피한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언급한 것도 진전된 부분이다.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정부의 책임’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법적 책임’ 인정 여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으며 전시 하에 이뤄진 것으로 불법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합의문에 명시한 책임 부분에서 양국이 유리한 대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한계”라며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불법성과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이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죄 서한 보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과도 총리 취임 이후 가장 전향적이라는 평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아베 총리는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미국 하버드대 강연 때처럼 ‘인신매매’로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위안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공개 사죄 표명 외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취할 후속 조치에 대해선 양국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2012년 일본이 제시한 ‘사사에안(佐佐江)’에는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편지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면담 및 사과 조치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개별 서한을 보내거나 개별 면담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단에 일본정부 예산 출연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엔(약 97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민간 모금이 아닌 순수 일본 정부의 예산을 출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에도 일본 정부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자금은 민간 모금으로 마련했다”고 했다.
기금을 운영할 재단이 한국에 설립되는 것도 특징이다. 피해자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금은 의료 서비스, 건강관리 및 요양, 간병 지원 등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피해자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기금이 설립되더라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측의 지원금을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국내 피해자 단체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1995년 일본 정부가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을 거부한 적이 있다.
◆소녀상 이전도 관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도 논쟁거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소녀상 이전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피해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는 점이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국이 상호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만큼 국내 언론의 비판이 나오거나 시민단체의 시위가 발생하면 합의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전문가들은 일본이 위안부 동원에서 군의 개입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은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동안 위안부 동원의 주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회피한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언급한 것도 진전된 부분이다.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정부의 책임’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법적 책임’ 인정 여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으며 전시 하에 이뤄진 것으로 불법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합의문에 명시한 책임 부분에서 양국이 유리한 대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한계”라며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불법성과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이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죄 서한 보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과도 총리 취임 이후 가장 전향적이라는 평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아베 총리는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미국 하버드대 강연 때처럼 ‘인신매매’로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위안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공개 사죄 표명 외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취할 후속 조치에 대해선 양국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2012년 일본이 제시한 ‘사사에안(佐佐江)’에는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편지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면담 및 사과 조치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개별 서한을 보내거나 개별 면담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단에 일본정부 예산 출연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엔(약 97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민간 모금이 아닌 순수 일본 정부의 예산을 출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에도 일본 정부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자금은 민간 모금으로 마련했다”고 했다.
기금을 운영할 재단이 한국에 설립되는 것도 특징이다. 피해자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금은 의료 서비스, 건강관리 및 요양, 간병 지원 등 인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피해자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에 쓰일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기금이 설립되더라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측의 지원금을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국내 피해자 단체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1995년 일본 정부가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을 거부한 적이 있다.
◆소녀상 이전도 관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도 논쟁거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소녀상 이전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피해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는 점이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국이 상호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만큼 국내 언론의 비판이 나오거나 시민단체의 시위가 발생하면 합의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