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어제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한다는 지침 초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밝혀진 내용은 고용 유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경직성만 더 높이는 것들이다. 노동개혁법안이 국회에 발목잡힌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정부 지침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개혁에 대한 고용부의 강한 의지와 열망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침 초안은 고용 유연성은커녕 오히려 해고를 더 어렵게 하는 까다로운 절차와 규정으로 꽉 차 있다. “그동안의 법원 판결을 유형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한국경총)는 재계 비판이 나올 정도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근무성적이 부진한 저성과자는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총론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각론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저성과자를 판단하는 평가기준을 까다롭고 복잡하게 해 놓았다. 상대평가를 부적절한 평가방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인사평가자를 복수로 두거나 평가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근로자가 단계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전직 명령 후 1년 이내이거나 노조전임 등 파견 복귀 후 1년 이내인 근로자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년의 인사고과를 거쳐 저성과자로 판정난다 하더라도 해고에 이르는 데는 몇 년이 또 필요하다. 교육 훈련과 배치전환 등의 개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고유연성이 아니라 사실상 해고금지 규정이 탄생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주요 골자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마찬가지다. 지침은 기업이 근로자 동의 없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지극히 모호한 개념이다. 법적 효력도 의문시된다.

산업계가 노동유연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해고하자는 것이 아니다. 해고가 가능해야 노동 기율이 잡히고 생산성 강화 노력도 실효성을 갖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누구보다 숙련 근로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다지도 해고를 까다롭게 한다면 경영활동은 심각하게 제한되고 만다. 태산명동서일필이라더니 헛웃음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