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경제학회] "7년 돈 홍수 뒤 7년 돈 가뭄 올 수도"…신흥국 금융경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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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아시아금융학회 세미나
선진국 통화정책 불일치로 신흥국 자본유출 가속
미국 금리인상·중국 경기둔화·유가하락 '삼각파도' 직면
선진국 통화정책 불일치로 신흥국 자본유출 가속
미국 금리인상·중국 경기둔화·유가하락 '삼각파도' 직면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 참석한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불일치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는 사전 경고 없이 발생”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현지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 “코끼리(미국 유럽 중국 등)들이 충돌하면서 풀밭(신흥국)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고 비유했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선 반면 유럽과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정반대의 통화정책을 취하면서 그 주변에 있는 신흥국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990년 이후 35개 신흥국에서 ‘서든 스톱(sudden stop)’이 발생했다”며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자본역류를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간주했다. 서든 스톱은 선진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본이 급감하거나 신흥국에서 대규모로 자본이 유출돼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글로벌 자본 이동의 74%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부족 현상을 중국 위안화나 유로화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의 역류현상은 신흥국에서 금융경색과 물가상승률 급등, 외화부채 상환부담 증가, 외환보유액 감소,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윌렛 클레어몬트대 교수도 “글로벌 통화정책의 탈동조화(divergency)가 국제자본 이동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금융 불안을 초래하는 갑작스런 대규모 자본 유출은 사전 경고 없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50~70%가 급격한 유출로 반전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유가 하락의 ‘삼각파도’가 올해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대처 능력 떨어져
조슈아 아이젠만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도 “7년 홍수 뒤 7년 가뭄이 든다”며 취약 신흥국이 자본 유출로 인해 금융경색에 빠질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7년 동안 미국의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신흥국에 돈이 넘쳤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돈 가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젠만 교수는 “국가부채비율이 높거나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대외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이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이들 금융전문가는 신흥국 스스로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자본통제는 금융이 세계화된 환경에서는 효력이 없다”며 “재정정책이 유효한 수단이지만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그나마 재정정책에 여유가 있지만 인도 브라질 말레이시아는 어려운 상황이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부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윌렛 교수는 “금융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하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의 기초체력이 있는 경우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젠만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한편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면서 거시건전성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한국은 적절한 수준의 원화가치 절하 및 자본 이동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와 함께 구조개혁을 통한 투자환경 개선 등 미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정식 연세대 교수와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위기는 사전 경고 없이 발생”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현지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 “코끼리(미국 유럽 중국 등)들이 충돌하면서 풀밭(신흥국)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고 비유했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선 반면 유럽과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정반대의 통화정책을 취하면서 그 주변에 있는 신흥국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990년 이후 35개 신흥국에서 ‘서든 스톱(sudden stop)’이 발생했다”며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자본역류를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간주했다. 서든 스톱은 선진국의 통화긴축 등으로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본이 급감하거나 신흥국에서 대규모로 자본이 유출돼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글로벌 자본 이동의 74%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부족 현상을 중국 위안화나 유로화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의 역류현상은 신흥국에서 금융경색과 물가상승률 급등, 외화부채 상환부담 증가, 외환보유액 감소,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윌렛 클레어몬트대 교수도 “글로벌 통화정책의 탈동조화(divergency)가 국제자본 이동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금융 불안을 초래하는 갑작스런 대규모 자본 유출은 사전 경고 없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50~70%가 급격한 유출로 반전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유가 하락의 ‘삼각파도’가 올해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대처 능력 떨어져
조슈아 아이젠만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도 “7년 홍수 뒤 7년 가뭄이 든다”며 취약 신흥국이 자본 유출로 인해 금융경색에 빠질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7년 동안 미국의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신흥국에 돈이 넘쳤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돈 가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젠만 교수는 “국가부채비율이 높거나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대외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이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이들 금융전문가는 신흥국 스스로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자본통제는 금융이 세계화된 환경에서는 효력이 없다”며 “재정정책이 유효한 수단이지만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그나마 재정정책에 여유가 있지만 인도 브라질 말레이시아는 어려운 상황이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부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윌렛 교수는 “금융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하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의 기초체력이 있는 경우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젠만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한편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면서 거시건전성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한국은 적절한 수준의 원화가치 절하 및 자본 이동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와 함께 구조개혁을 통한 투자환경 개선 등 미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정식 연세대 교수와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