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국 칭화대의 조슈아 쿠퍼라모 교수는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을 설명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용어를 썼다.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 전략이 중국의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뜻이었다. 당시 이 말은 철저한 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을 뜻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25년 만의 최저치인 6.9%로 내려앉으면서 중국식 경제 성장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에 힘에 실리고 있다. 노무라 바클레이즈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또는 내년에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 7% 성장' 무너진 중국] '바오치' 실패한 중국…"올해 성장 연 5%대 그칠 수도"
◆S&P, 中 과잉부채 ‘적색’ 등급

중국의 정부 주도 경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들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다. 대표적인 것이 과잉 부채 문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총부채 비중은 2007년 158%에서 2014년 거의 두 배 수준인 282%로 높아졌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중국의 부채증가율이 연평균 11%에 달했다며 ‘적색’ 등급을 매겼다. 27개국을 대상으로 한 S&P의 조사에서 ‘적색’ 등급을 받은 국가는 중국과 그리스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조선 철강 시멘트 등의 전통 제조업체들은 생산능력 과잉으로 갈수록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상장된 2700여개 기업 중 3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 비중이 10%에 달했는데, 주된 원인은 생산능력 과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시장도 살얼음판

문제는 실물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올 들어 15.01% 급락했다.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기본적인 배경이 됐지만 급격한 자본 유출이 중국의 금융시스템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증시 급락의 도화선이 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 들어 수출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고시환율을 높이는 방식(위안화 평가 절하)으로 위안화 가치의 점진적인 하락을 유도해왔다.

하지만 시장은 인민은행의 의도대로만 움직여주지 않았다. 홍콩 역외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인민은행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장기 성장 위해 단기 둔화 감내”

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하반기 상하이증시 폭락 이후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온갖 ‘드라마’가 난무했지만 결국 중국은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에 40%가량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테판 젠 공동대표는 “중국의 최근 성장세 둔화는 ‘투자중심 경제’에서 ‘소비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금 중국은 지속가능한 중장기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성장률 하락을 감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베이징 컨센서스

Beijing consensus. 시장원리 확대와 탈규제, 재정긴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미국식 경제모델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대항하는 개념.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중국처럼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자 한때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에서 대안적인 성장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