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견제 나선 중국] 중국, 배터리시장 '비관세 만리장성'… WTO·FTA 규정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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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40% 전기버스용 배터리 '한국 차별'
수천억 들여 중국 공장 지은 LG·삼성 비상
사드 배치 견제설…경제 전반에 파장 오나
수천억 들여 중국 공장 지은 LG·삼성 비상
사드 배치 견제설…경제 전반에 파장 오나
중국 정부가 리튬인산철(LFP) 방식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버스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한 건 자국 배터리 업계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BYD, ATL 등 중국 업체는 시장 대세인 니켈카드뮴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제대로 제조할 기술력이 없다.
이는 발효 한 달밖에 안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규정된 무역기술장벽(TBT) 신설 금지에 어긋난다는 게 한국 정부와 업계 입장이다. 작년 말 수천억원을 투자해 중국 공장을 세운 LG화학과 삼성SDI, 합작 배터리 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TBT로 자국 배터리 육성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25만대가량의 전기차가 팔려 미국(18만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이 됐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2014년 103억위안(약 1조8750억원)에서 지난해 365억위안 규모로 커졌다.
핵심은 보조금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대당 최대 100만위안(약 1억82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전기차 가격이 2억~3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보조금 없이는 전기버스를 생산할 수 없다. 게다가 전기버스엔 많은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버스는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삼원계 배터리를 제외한 것이다.
삼원계를 제외한 표면적 이유는 안전이다. LFP에 쓰이는 양극재의 발화점이 220도인 반면 삼원계는 180~200도여서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이를 나누는 분리막과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다.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파나소닉 등 세계 배터리 업계가 모두 삼원계로 만들고 있으며 BMW나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업체들도 모두 삼원계를 쓰고 있다. 게다가 한국 업체들이 생산한 배터리는 모두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안전 인증을 통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했는데 또 다른 정부기관이 새로운 규제를 제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 삼성SDI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수천억원을 투자해 각각 난징과 시안에 대규모 삼원계 전용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 전기버스 등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도 세제 혜택 등을 주며 적극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중국 정부에 삼원계 배터리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통보했고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버스에 LFP만 적용할 줄 알았으면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베이징에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조치로 LG화학과 삼성SDI의 매출이 19%, 30% 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공식 대응 검토”
외국 업체에만 해당되는 규제를 도입해 자국 업체가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건 중국 정부가 쓰는 ‘단골 수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검색엔진 분야가 대표적이다. 세계 1위 검색업체 구글은 2009년엔 중국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33.2%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 정부는 구글이 자국의 인터넷 검열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중국에서 퇴출시켰다. 그사이 바이두, 유쿠 등 중국 검색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정부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WTO 협정과 한·중 FTA를 모두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새 TBT를 도입한 것으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TBT는 기술 분야에서 갑작스레 새 규제나 인증을 도입해 상대국 기업의 수출 등을 막는 비관세 장벽이다. WTO 회원국들은 TBT 협정을 통해 새 기술규제를 신설했거나 개정할 때 미리 알리고, 상대국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관세를 낮추는 대신 TBT 등 비관세 장벽을 까다롭게 해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한·중 FTA를 통해 중국 측과 비관세조치 작업반 회의를 정례적으로 열어 TBT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에선 중국 측 행동이 한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도입 움직임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삼원계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니켈·카드뮴·망간 등 세 가지 물질을 섞어서 양극재를 만들면 삼원계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쓰면 LFP 배터리로 불린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진보된 기술로 분류된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삼원계가 93%, LFP는 7% 수준이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이는 발효 한 달밖에 안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규정된 무역기술장벽(TBT) 신설 금지에 어긋난다는 게 한국 정부와 업계 입장이다. 작년 말 수천억원을 투자해 중국 공장을 세운 LG화학과 삼성SDI, 합작 배터리 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TBT로 자국 배터리 육성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25만대가량의 전기차가 팔려 미국(18만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이 됐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2014년 103억위안(약 1조8750억원)에서 지난해 365억위안 규모로 커졌다.
핵심은 보조금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대당 최대 100만위안(약 1억82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전기차 가격이 2억~3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보조금 없이는 전기버스를 생산할 수 없다. 게다가 전기버스엔 많은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버스는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삼원계 배터리를 제외한 것이다.
삼원계를 제외한 표면적 이유는 안전이다. LFP에 쓰이는 양극재의 발화점이 220도인 반면 삼원계는 180~200도여서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이를 나누는 분리막과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다.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파나소닉 등 세계 배터리 업계가 모두 삼원계로 만들고 있으며 BMW나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업체들도 모두 삼원계를 쓰고 있다. 게다가 한국 업체들이 생산한 배터리는 모두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안전 인증을 통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했는데 또 다른 정부기관이 새로운 규제를 제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 삼성SDI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수천억원을 투자해 각각 난징과 시안에 대규모 삼원계 전용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 전기버스 등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도 세제 혜택 등을 주며 적극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중국 정부에 삼원계 배터리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통보했고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버스에 LFP만 적용할 줄 알았으면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베이징에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조치로 LG화학과 삼성SDI의 매출이 19%, 30% 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공식 대응 검토”
외국 업체에만 해당되는 규제를 도입해 자국 업체가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건 중국 정부가 쓰는 ‘단골 수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검색엔진 분야가 대표적이다. 세계 1위 검색업체 구글은 2009년엔 중국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33.2%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 정부는 구글이 자국의 인터넷 검열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중국에서 퇴출시켰다. 그사이 바이두, 유쿠 등 중국 검색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정부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WTO 협정과 한·중 FTA를 모두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새 TBT를 도입한 것으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TBT는 기술 분야에서 갑작스레 새 규제나 인증을 도입해 상대국 기업의 수출 등을 막는 비관세 장벽이다. WTO 회원국들은 TBT 협정을 통해 새 기술규제를 신설했거나 개정할 때 미리 알리고, 상대국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관세를 낮추는 대신 TBT 등 비관세 장벽을 까다롭게 해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한·중 FTA를 통해 중국 측과 비관세조치 작업반 회의를 정례적으로 열어 TBT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부에선 중국 측 행동이 한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도입 움직임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삼원계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니켈·카드뮴·망간 등 세 가지 물질을 섞어서 양극재를 만들면 삼원계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쓰면 LFP 배터리로 불린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진보된 기술로 분류된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삼원계가 93%, LFP는 7% 수준이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