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동의 빵집이야기]"반죽 없이 빵을 만든다고요?" 20년차 셰프 줄세운 신인 셰프의 비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밥 대신 빵. 우리는 지금 '빵의 시대'를 살고 있다. 주변엔 빵에 대한 관심을 넘어 직접 빵집을 차리겠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빵집은 도처에 널려 있지만 어떤 빵집을 어떻게 차려야 할 지 궁금한 게 많다. 셰프만의 개성으로 '골리앗'을 넘어뜨린 전국 방방곳곳 '작은 빵집' 사장님들의 성공 방정식. [노정동의 빵집이야기]에서 그 성공 법칙을 소개한다.
권순석 소울브레드 셰프(47·사진)가 '무반죽빵'을 소개했을 때, 대체 이게 어떤 빵인가 싶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반죽빵 전문가다. 전국(全國)에서 무반죽빵을 상업화한 베이커리는 그의 빵집 말고는 없다.
그는 제빵업계에서 돈키호테 같은 존재다. 프랑스나 일본의 유명 베이커리 출신도 아니고, 국내 잘 알려진 셰프에게 사사(師事)를 받은 것도 아니다. 제과제빵을 알려주는 학원을 다닌적도 물론 없다. 아픈 몸 때문에 무반죽빵에 관심을 갖게 됐고 유튜브(YouTube·동영상 사이트)를 최고의 스승으로 알았다.
제빵과 관련한 정규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정형화되지 않은 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는 그는 20년차 셰프들이 줄을 서서 배운다는 셰프 경력 5년차의 무반죽빵 예찬론자다. 지난달 28일 서울 우면동 그의 베이커리에서 만나 첫 질문을 던졌다. "무반죽빵이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빵을 만들려면 4가지 재료가 필요해요. 물, 소금, 밀가루, 이스트. 보통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게 되는 데 섞기만 해주고 반죽을 하지 않는 것이 무반죽이죠. 치대는 과정이 없는 거예요. 그런 뒤 적정 온도(그는 25도라고 했다)에 보관해 발효가 되길 기다리는 거죠."
일반적으로 빵 제조는 밀가루, 물, 이스트(효모)를 섞은 뒤 반죽을 하며 시작한다. 그러면 이스트가 밀가루에 있는 탄수화물을 머금고 물과 만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죽하는 동안 형성된 '글루텐(Gluten)'이라는 성분이 이산화탄소를 가두면서 부푼다. 1차 발효가 끝나면 빵의 모양을 만든 뒤 2차 발효 과정을 거치고 오븐에 넣게 된다.
무반죽빵은 여기서 '치대는' 반죽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븐에 들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통 베이커리에서 반죽을 하는 이유는 생산량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빵을 오븐에 넣기 위해서다. 반죽은 또 빵을 부드럽게(식감이 '말랑말랑' 해진다) 해준다. 그렇다면 무반죽은 왜 하는 걸까.
"반죽은 곧 글루텐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거꾸로 반죽을 안하면 글루텐이 최소화되지요. 글루텐은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아닙니다. 진짜 의미의 '건강빵'이라고 하면 이 글루텐을 줄여야 해요. 빵을 먹고 속이 좋지 않다거나 하시는 분들은 보통 개량제 등과 함께 바로 이 글루텐 때문이기도 해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이 '글루텐프리(gluten-free·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은)' 식품을 별도 관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소화기 질병, 알레르기, 천식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미국에선 애호가들 사이에서 무반죽빵 시장이 따로 형성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글루텐프리 음식을 즐긴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반면 유럽에선 일정량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똑같은 빵 하나를 만들더라도 무반죽빵을 만드는 시간은 반죽을 하는 빵에 비해 5배 이상 소요된다. 무반죽빵이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이는 곧 상업적인 시장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권 셰프는 왜 무반죽빵을 고집하는 걸까.
"무반죽빵이 돈 벌기에 적당하지 않은 빵이라고는 하지만 계속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있어요. 무반죽빵은 글루텐 형성을 최소화하고 당 지수가 낮아 몸이 예민한 분들은 대번에 느끼시거든요. 우리나라에 무반죽빵을 정식으로 판매하는 베이커리가 없는 상황에서 저 같은 사람도 한명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권 셰프는 이스트도 쓰지 않는다. 이스트는 빵을 빠르고 먹음직스럽게 만들수 있도록 최적화된 인위적 효모다. 빵을 만드는 사람에겐 '마법의 성분'으로 통하지만 그 안에는 개량제 등이 포함돼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준다. 대신 본인이 직접 키운 천연발효종(사워도우)으로 빵을 만든다. 빵을 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길로만 골라 가는 셈이다.
"무반죽과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은 정직해요. 반죽 기계와 이스트를 쓰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제 체력이 받쳐주는 만큼만 빵을 만들 수 있거든요. 밀가루도 농약이나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키운 밀만 직접 골라내요. "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자가 권 셰프를 인터뷰하는 동안 그 흔한 '입간판' 하나 없는 그의 베이커리에는 빵을 하나라도 더 집으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권순석 소울브레드 셰프(47·사진)가 '무반죽빵'을 소개했을 때, 대체 이게 어떤 빵인가 싶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반죽빵 전문가다. 전국(全國)에서 무반죽빵을 상업화한 베이커리는 그의 빵집 말고는 없다.
그는 제빵업계에서 돈키호테 같은 존재다. 프랑스나 일본의 유명 베이커리 출신도 아니고, 국내 잘 알려진 셰프에게 사사(師事)를 받은 것도 아니다. 제과제빵을 알려주는 학원을 다닌적도 물론 없다. 아픈 몸 때문에 무반죽빵에 관심을 갖게 됐고 유튜브(YouTube·동영상 사이트)를 최고의 스승으로 알았다.
제빵과 관련한 정규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정형화되지 않은 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는 그는 20년차 셰프들이 줄을 서서 배운다는 셰프 경력 5년차의 무반죽빵 예찬론자다. 지난달 28일 서울 우면동 그의 베이커리에서 만나 첫 질문을 던졌다. "무반죽빵이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빵을 만들려면 4가지 재료가 필요해요. 물, 소금, 밀가루, 이스트. 보통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게 되는 데 섞기만 해주고 반죽을 하지 않는 것이 무반죽이죠. 치대는 과정이 없는 거예요. 그런 뒤 적정 온도(그는 25도라고 했다)에 보관해 발효가 되길 기다리는 거죠."
일반적으로 빵 제조는 밀가루, 물, 이스트(효모)를 섞은 뒤 반죽을 하며 시작한다. 그러면 이스트가 밀가루에 있는 탄수화물을 머금고 물과 만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죽하는 동안 형성된 '글루텐(Gluten)'이라는 성분이 이산화탄소를 가두면서 부푼다. 1차 발효가 끝나면 빵의 모양을 만든 뒤 2차 발효 과정을 거치고 오븐에 넣게 된다.
무반죽빵은 여기서 '치대는' 반죽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븐에 들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통 베이커리에서 반죽을 하는 이유는 생산량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빵을 오븐에 넣기 위해서다. 반죽은 또 빵을 부드럽게(식감이 '말랑말랑' 해진다) 해준다. 그렇다면 무반죽은 왜 하는 걸까.
"반죽은 곧 글루텐을 활성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거꾸로 반죽을 안하면 글루텐이 최소화되지요. 글루텐은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아닙니다. 진짜 의미의 '건강빵'이라고 하면 이 글루텐을 줄여야 해요. 빵을 먹고 속이 좋지 않다거나 하시는 분들은 보통 개량제 등과 함께 바로 이 글루텐 때문이기도 해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에선 식품의약국(FDA)이 '글루텐프리(gluten-free·글루텐이 포함되지 않은)' 식품을 별도 관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소화기 질병, 알레르기, 천식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미국에선 애호가들 사이에서 무반죽빵 시장이 따로 형성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글루텐프리 음식을 즐긴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반면 유럽에선 일정량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똑같은 빵 하나를 만들더라도 무반죽빵을 만드는 시간은 반죽을 하는 빵에 비해 5배 이상 소요된다. 무반죽빵이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이는 곧 상업적인 시장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권 셰프는 왜 무반죽빵을 고집하는 걸까.
"무반죽빵이 돈 벌기에 적당하지 않은 빵이라고는 하지만 계속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있어요. 무반죽빵은 글루텐 형성을 최소화하고 당 지수가 낮아 몸이 예민한 분들은 대번에 느끼시거든요. 우리나라에 무반죽빵을 정식으로 판매하는 베이커리가 없는 상황에서 저 같은 사람도 한명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권 셰프는 이스트도 쓰지 않는다. 이스트는 빵을 빠르고 먹음직스럽게 만들수 있도록 최적화된 인위적 효모다. 빵을 만드는 사람에겐 '마법의 성분'으로 통하지만 그 안에는 개량제 등이 포함돼 건강에 안좋은 영향을 준다. 대신 본인이 직접 키운 천연발효종(사워도우)으로 빵을 만든다. 빵을 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길로만 골라 가는 셈이다.
"무반죽과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은 정직해요. 반죽 기계와 이스트를 쓰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제 체력이 받쳐주는 만큼만 빵을 만들 수 있거든요. 밀가루도 농약이나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키운 밀만 직접 골라내요. "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자가 권 셰프를 인터뷰하는 동안 그 흔한 '입간판' 하나 없는 그의 베이커리에는 빵을 하나라도 더 집으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