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던 소니, 일본 전자업계 지난해 순익 1위로 깜짝 부활
주력 산업 ‘선택’과 ‘집중’,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실적 개선


“2016년은 일본 소니 부활의 해 입니다.” 올 연초 소니의 사원들과 거래처 앞으로 이런 문구가 쓰인 연하장이 배달됐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개선된 소니의 자신감을 반영한 새해 인사장이다.

1월 말 서울에서 만난 소니코리아의 모리모토 오사무 사장은 “수년간 지속된 사업구조 조정의 결실이 나타나면서 순이익이 크게 늘고 있다” 며 “세계 최고 기술력이 응집된 이미지센서 등 스마트폰 기기(디바이스)의 매출과 순익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1990년 대 초반까지 일본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소니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도 소니의 변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월 초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의 주가 급등 뉴스를 크게 다뤘다. 앞서 일본 대표 경제주간지 동양경제(1월30일자)는 ‘소니의 열광 없는 부활’을 커버 스토리로 실었다.

동양경제에 따르면 소니는 2015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1159억 엔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 상반기 기준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일본의 6대 전자업체 가운데 순익이 가장 많았다. <표 참조> 오는 3월 말 끝나는 회계연도에 1400억 엔의 순익을 예상, 전년도 1259억 엔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다.
소니와 SONY, 일본 전자업계 순익 1위로 '깜짝' 부활 … 주력 산업 ‘선택’ 과 ‘집중’ 결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소니는 ‘전자업계의 패자군’ ‘이제 끝난 회사’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최고경영자(CEO)인 히라이 카즈오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잇따랐다. IT(정보통신)산업의 각축장인 스마트폰시장에서 소니의 존재감이 없고, 손실만 커진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 쇼크’ 이후 9년 동안 회사 전체 누적적자는 1조 엔에 달했다.

## CMOS 세계시장 석권, PS4도 사상 최고 실적 ##

소니 부활의 원천은 사업부별 이익 규모에서 확인된다. 2015회계연도 상반기에 가장 많은 이익을 낸 사업부는 소니생명보험이 주력인 금융(영업이익 1750억 엔)이다. 이어 디바이스(1210억 엔), 게임(800억 엔) 순이다. 디바이스와 게임 사업 이익이 급증했다.

소니의 CMOS 이미지센서는 ‘전자의 눈’으로 불리는 핵심 제품이다.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양분하는 미국 애플과 한국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스마트폰시장이 커질수록 소니의 디바이스 사업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산업구조다. 소니는 2014회계연도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0%선에 육박했다.

게임사업의 효자 상품은 플레이스테이션4(PS4). 이 제품은 시판 후 2년간 세계시장에서 3000만 대 이상 팔렸다. 지금까지 나온 PS 제품 시리즈 중 사상 최고 실적이다. 게임업계 경쟁사인 일본 닌텐도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소니 주가도 치솟고 있다. 2조 엔대였던 시가총액은 최근 5조 엔까지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전자업계에서 ‘승자군’으로 꼽혀온 파나소닉과 히타치를 웃도는 액수다.

## 사업 구조조정으로 ‘선택’과 ‘집중’ 효과 ##

히라이 카즈오 사장은 2012년 4월 취임 후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VAIO’ 브랜드로 한때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던 PC사업부는 2014년 투자펀드에 처분했다. 10년 연속 적자를 낸 TV사업은 분사 후 채산성 중심으로 운영중이다. 실적이 나쁜 스마트폰 사업도 대폭 축소했다.

히라이 사장은 사업 축소와 함께 과감한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지난해 소니그룹 전체 직원 수는 13만1000명으로 줄었다. 2007년에 비해 30% 감축됐다. 소니의 이익이 지난해 이후 급증한 것은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과 인력 축소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소니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지에 대한 이견도 있다. 소니 임원을 지낸 A씨는 “실적 상승 추세가 뚜렷하지만, 본격 회복 여부는 이제부터” 라면서 “이익을 내는 혁신적인 신상품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플레이 스테이션(PS) 이후 세계 소비자들을 흥분시키는 새로운 제품이 없다는 설명이다.

## 소니, 글로벌 전자업계 강자로 복귀할까 ##

히라이 소니 사장은 올 1월 미국 CES(소비자가전전시회) 기자회견에서 “소니는 대중적인 제품에서 점유율이나 규모를 추구하지 않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올해부터 3년간 중기 경영방침에서 성장산업으로 △디바이스 △게임, 네크워크 서비스 △영화 △음악 등 4개를 제시했다.

히라이 사장은 미래 성장산업에 전자사업을 넣지 않았다. 대표 상품인 디지털 카메라, 오디어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판단, 대규모 투자를 피하고 이익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소니가 미래 성장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일본 시장 전문가들은 “4개 산업에서 회사 성장을 추구하는 히라이 사장의 경영방침이 투자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소니는 중기 경영방침에서 2017회계연도의 ROE(자기자본이익률) 목표치를 10% 잡고 있다. 앞으로 소니는 엔터테인먼트와 금융을 주력 산업으로 하는 회사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소니 회생의 주역인 히라이 사장은 올 봄 퇴임한다. ‘전자왕국’의 옛 명성을 살리고, 지속 성장을 이끌 책임은 차기 CEO(최고경영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최인한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