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두 시간마다 10분 스트레칭…음식하다 아픈 팔 '힘줄염'일수도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설 연휴, 건강 지키는 법

명절 교통사고, 주말의 2배…추워도 환기 필수, 졸음 쫓아야
과식·과음은 합병증 위험 높여…식사 후 간단한 운동해야
중남미 여행 '지카 바이러스' 주의

설 연휴가 시작됐다. 명절이 되면 응급실이 북새통을 이룬다. 푸짐하게 차린 차례 음식을 과식해 배탈 나는 사람도 많고 장시간 운전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주부들은 전을 부치는 등 반복된 가사노동 때문에 팔목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시고 친척들과 다투다가 넘어져 다치는 일도 흔하다.

해외에서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은 각종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남미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는 물론 말라리아, 뎅기열 등 풍토병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 설 명절을 건강하게 지내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여유 운전’ 명심해야

명절이 되면 오가는 차량이 늘면서 각종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설 연휴에 생긴 교통사고는 평균 1243건이었다. 평소 주말 평균 604.5건보다 2.1배 많다. 설이 되면 교통사고 사망자도 늘어난다. 설 연휴 기간 사망자는 하루 평균 30.3명으로 평소(13.9명)의 2.2배다. 도로 정체가 심해 운전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데다 장기간 운전이 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사망사고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성질이 급하거나 명절 때 교통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반드시 운전을 해야 한다면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여유를 두고 이동해야 한다. 두 시간 이상 운전을 계속하면 사고 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두 시간에 적어도 한 번은 10분 이상 쉬어야 한다.

실내에 산소가 부족하면 졸음이 올 수 있다. 차량 내부는 항상 산소가 모자라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주 환기해야 한다. 난방 장치를 켤 때는 환기 기능을 사용하고 자주 창문을 열어야 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형 사고는 대부분 음주와 졸음 때문에 생긴다”며 “운전 도중 졸음이 몰려오면 운전자를 바꾸거나 잠깐 잠을 잘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명절 기간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는 과식이나 과음으로 탈이 난 환자다. 과음, 과식은 배탈뿐 아니라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음식을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음식을 최대한 멀리하고 가족과 함께 스포츠나 게임을 즐기는 등 다른 재미를 찾는 것이 좋다.

주부들 쉴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명절이 되면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늘어난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 뒤에 어깨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힘줄에 염증이 생겨 급성 통증을 일으키는 일도 흔하다. 힘줄염은 발생 부위가 관절 위치와 비슷해 관절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김태호 부평 힘찬병원 부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명절 가사노동 때문에 특정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근육이 긴장해 급성 힘줄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힘줄염은 단순한 급성 통증이기 때문에 충분히 쉬고 찜질을 하면 통증이 대부분 가라앉는다. 음식 등을 조리하다가 통증을 느끼면 일손을 놓고 잠시 쉬는 것이 좋다. 한두 명의 주부에게 일이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가족이 도와야 한다. 이를 통해 주부들이 흔히 겪는 명절 우울증도 덜어줄 수 있다. 명절에 해야 할 일이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명절이 끝난 뒤에도 통증이나 우울감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 간다면 풍토병 주의

올해 설 연휴는 5일로 비교적 길다. 설 연휴에 추가로 휴가를 내고 9일간 ‘황금연휴’를 보내는 직장인도 있다. 이 때문에 설 연휴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여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풍토병이다. 여행 기간에는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풍토병에 걸리면 현지인보다 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익숙지 않은 현지 병원 문화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이 악화된다.

만약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간다면 말라리아와 뎅기열에 주의해야 한다. 뎅기열은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 말고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따라서 외출할 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거나 긴 옷을 입어 노출 부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말라리아 감염을 막기 위해 여행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신부는 중남미 지역 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임신부들은 중남미 여행을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이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과 같이 모기가 옮긴다. 임신하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발열, 눈 출혈, 근육통 등의 증상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하지만 일부 임신부가 감염된 뒤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했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말라리아 등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 많기 때문에 모기가 많이 모일 수 있는 물 웅덩이나 밤 시간대 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며 음식물을 깨끗이 보관하고 긴옷을 입는 등 여행 중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태호 부평 힘찬병원 부장,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