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구본창 '태초에'
한 남자가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팔을 모으고 있다. 무언가에 저항하고 있는 듯,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 장면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장의 인화지를 실로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한국 현대 예술 사진의 선구자라 불리는 사진가 구본창의 ‘태초에’ 시리즈 중 하나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간다. 그래서 겉으로는 완벽하고 강해 보여도 그 실상은 상처투성이다. 실로 꿰매 놓은 것처럼 엉성하고 허약하기만 하다. 이 작품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그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을 표현하고 있다. (자료제공 아트스페이스J)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