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의 생활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자동차 산업의 이야기(카톡)를 까놓고 얘기할 수 있는(까톡)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기자가 전기자동차(EV)를 처음 시승한 것은 2009년 때의 일이다. 경기도 소재의 모 전기차 파워트레인 개발업체에서 기아자동차 모닝을 전기차로 개조해 내놨길래 취재 길에 타봤다.

[김정훈의 카톡까톡] 전기자동차에 보수적인 한국
당시 시운전을 하면서 가속감이 몹시 뛰어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 운전 맛을 준다면 기름 없이 배터리 충전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구매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전기차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일반인들이 사용 가능한 충전시설을 갖추면서 급속히 전기차 보급율을 늘려갔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5위 국가이지만 전기차 보급대수만 놓고 보면 세계 10위권 밖이다.

IHS오토모티브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외부 충전 방식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등록대수가 40만대를 넘어섰다. 중국은 26만대, 일본은 13만대가 운행중이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에선 약 42만대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는 고작 5000여대에 불과하다.

전기차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냉담하다. 사실 전기차는 커녕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조차 낮다. 최근 회사 후배 기자에게 현대차 아이오닉이나 도요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딱히 좋아보이지도 않고, 별로 사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후배뿐만 아니라 상당수 운전자들에게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는 아직은 좋은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제품 시장만큼은 신제품의 조기 수용자가 많아 '얼리어답터'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인데 남들보다 전기차를 먼저 타기에는 꺼리는 시장이 됐다.

물론 정부의 늦은 준비가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고 있다. 전기차를 타고 싶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관련 시설 등 인프라가 문제로 지적된다.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가 너무 미흡하다. 전기차 구매시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제한돼 있는 데다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급율이 올라갈리 만무하다.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중인 준중형 SM3 전기차.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중인 준중형 SM3 전기차.
올해 환경부는 전기차 8000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000대에 각각 1200만원, 5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책정했다. 4000만원대 차값을 감안하면 아직은 보조금 대상이 아닌 구매자에겐 진입 장벽이 높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전기차를 양산하거나 1회 충전시 300㎞ 이상 달리는 주행거리 확장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분명 시장 분위기는 전기차 분야로 이동중이다. 해외에선 닛산 리프 전기차가 15만대 이상 팔렸고, 프리우스 전기차도 누적 판매 6만대를 넘어섰다. 미국 전기차 전문업체인 테슬라모터스는 지난해 5만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웠다.

시장은 이처럼 급변하는데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에 뒤쳐져 있다. 가뜩이나 휘발유 전국 평균가가 1300원대로 떨어지는 등 저유가 시기여서 당분간 전기차의 더딘 행보가 예상된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주거지인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야 전기차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직장에서 퇴근 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즉시 충전을 할 수 있고, 다음날 출근할 때 완충된 차량을 끌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로 전기차는 앞으로 꾸준히 보급율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맞춰 먼훗날에는 전기차 모델이 베스트셀링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음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기차엑스포에 데뷔하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전기차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