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페에 노래방까지 2천원' 혼자, 싸게, 효율적으로…대학생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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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노래방·저가커피의 대학가 공습
부정적 개인주의? 가성비 실용주의!
부정적 개인주의? 가성비 실용주의!
[ 김봉구 기자 ] 지난 11일 찾은 서울 신촌의 수(秀)노래연습장. 방마다 마이크를 잡은 대학생들이 훤히 내비쳤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의 노래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두셋이 대부분이었지만 혼자서 열창하는 경우도 더러 보였다. 오후 2시경 둘러본 15개 방 중에 10곳 이상이 찼다. 회전은 빨랐다. 짧게는 10~20분만에 일어섰다.
◆ '500원에 두 곡' 코인노래방은 성업중
노래방 간판은 ‘코인’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최근 대학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인(동전)노래방이다. 예전 전자오락실에 있던 부스식 동전노래방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다. 500원 동전 하나로 노래 두 곡을 부른다. 시간제도 선택 가능한데 요금체계가 기존 노래방과는 다르다. ‘1인 한 시간 2000원’(오전 기준) 식이다.
카운터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음료는 스스로 컵에 받아 마시도록 했다. 사람과의 대면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젊은층이 부담 없이 간편히 스트레스 풀고 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1)는 “요새 500원으로 뭘 할 수 있느냐. 여긴 1만~2만원씩 하는 노래방보다 훨씬 싸고 혼자도 민망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은 신촌에만 서너곳 생겼다. 약 50m 반경에 기존 노래방 7~8곳이 몰린 한가운데 코인노래방이 문을 열만큼 수요가 있다. 다른 대학가도 비슷하다. ‘500원 두 곡’이란 문구가 심심찮게 보였다.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경희대로 걸어가는 대로변엔 3곳, 외대앞역에서 한국외대까지 도보 2~3분 거리에도 2곳이 들어섰다.
기존 노래방은 적잖이 타격을 입었다. 신촌의 노래방 업주 40대 박모씨는 “수요층이 완전히 겹치진 않지만 코인노래방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무제한 시간추가 서비스를 줘 단골과 입소문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나름의 대응전략”이라고 소개했다. ◆ "캠퍼스에 가까이" 파고드는 저가커피
저가 커피의 공습도 대학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메리카노 기준 1000~2000원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을 공략하고 있다. 스타벅스·카페베네·앤제리너스 등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의 반값에서 3분의 1 수준인 가격대가 강점이다.
프랜차이즈 중에선 이디야커피와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빽다방이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찻길이나 대로변 같은 ‘메인 스트리트’를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 발길이 잦은 인근 골목길 위주로 소규모 매장을 열었다. 캠퍼스 접근성에서 앞서가는 점이 눈에 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 쪽 빽다방, 연세대 서문 인근 이디야가 대표적이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는 빽다방이, 연세대 정문에서 창천교회를 끼고 돌아 경의선 신촌역으로 가는 길엔 이디야가 있다. 한국외대 정문과 외대앞역 사이에도 도로 양편으로 빽다방과 이디야가 한 곳씩 위치했다.
캠퍼스와는 거리가 있으나 해당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도 어김없이 들어섰다. 경희대로 가려고 회기역을 나서면 곧바로 길 양옆의 이디야와 빽다방을 만난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로 걷는 방향 옆골목에도 빽다방이 영업 중이다. ◆ 거품 빼 눈높이 맞춘 대학생 소비문화
이렇게 셈해보면 카페와 노래방을 이용하는 데 2000~3000원 정도 든다. 어림잡아 2만~2만5000원인 기존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혼자 밥 먹거나(혼밥족)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편도족) 대학생들의 구미가 당기는 ‘착한 소비’인 셈이다.
3000원짜리 일식돈가스로 입소문이 난 신촌의 식당, 저렴한 안주의 별도 구입·반입이 허용되는 호프집도 대학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기 가게다. 모두 거품 빼기에 주력했다. 청년층 소비패턴(유형)에 눈높이를 맞춘 마케팅 전략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른바 ‘혼자, 싸게’ 패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가성비와 효율성이 새로운 대학생 소비문화의 핵심이다. 아르바이트, 취업난 등 경제적 요인에 1인가구 증가, 개인주의 문화 확산 같은 사회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저자인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컨대 코인노래방을 ‘소외된 개인’ 따위의 부정적 틀로 재단할 이유는 없다”며 “기존 노래방 문화가 회식 등 집단주의나 위계질서의 투영인 데 반해 (코인노래방은) 스스로 원할 때,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의 욕구 표출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빅데이터' 품은 크라우드펀딩…핀테크 루키서 '주연'으로], [현대차 '안티맨', 취업은 시켜주면 OK?], [쿠팡, M&A·PI 팀 신설…수익 악화 탈출구 찾을까], [김정훈의 카톡까톡: 전기자동차에 보수적인 한국], ["이번엔 이세돌이 알파고 이기겠지만…"], [노정동의 빵집이야기: "반죽 없이 빵을 만든다고요?"]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500원에 두 곡' 코인노래방은 성업중
노래방 간판은 ‘코인’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최근 대학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인(동전)노래방이다. 예전 전자오락실에 있던 부스식 동전노래방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다. 500원 동전 하나로 노래 두 곡을 부른다. 시간제도 선택 가능한데 요금체계가 기존 노래방과는 다르다. ‘1인 한 시간 2000원’(오전 기준) 식이다.
카운터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음료는 스스로 컵에 받아 마시도록 했다. 사람과의 대면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젊은층이 부담 없이 간편히 스트레스 풀고 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1)는 “요새 500원으로 뭘 할 수 있느냐. 여긴 1만~2만원씩 하는 노래방보다 훨씬 싸고 혼자도 민망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은 신촌에만 서너곳 생겼다. 약 50m 반경에 기존 노래방 7~8곳이 몰린 한가운데 코인노래방이 문을 열만큼 수요가 있다. 다른 대학가도 비슷하다. ‘500원 두 곡’이란 문구가 심심찮게 보였다.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경희대로 걸어가는 대로변엔 3곳, 외대앞역에서 한국외대까지 도보 2~3분 거리에도 2곳이 들어섰다.
기존 노래방은 적잖이 타격을 입었다. 신촌의 노래방 업주 40대 박모씨는 “수요층이 완전히 겹치진 않지만 코인노래방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무제한 시간추가 서비스를 줘 단골과 입소문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나름의 대응전략”이라고 소개했다. ◆ "캠퍼스에 가까이" 파고드는 저가커피
저가 커피의 공습도 대학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메리카노 기준 1000~2000원대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을 공략하고 있다. 스타벅스·카페베네·앤제리너스 등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의 반값에서 3분의 1 수준인 가격대가 강점이다.
프랜차이즈 중에선 이디야커피와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빽다방이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찻길이나 대로변 같은 ‘메인 스트리트’를 고집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 발길이 잦은 인근 골목길 위주로 소규모 매장을 열었다. 캠퍼스 접근성에서 앞서가는 점이 눈에 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 쪽 빽다방, 연세대 서문 인근 이디야가 대표적이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는 빽다방이, 연세대 정문에서 창천교회를 끼고 돌아 경의선 신촌역으로 가는 길엔 이디야가 있다. 한국외대 정문과 외대앞역 사이에도 도로 양편으로 빽다방과 이디야가 한 곳씩 위치했다.
캠퍼스와는 거리가 있으나 해당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도 어김없이 들어섰다. 경희대로 가려고 회기역을 나서면 곧바로 길 양옆의 이디야와 빽다방을 만난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로 걷는 방향 옆골목에도 빽다방이 영업 중이다. ◆ 거품 빼 눈높이 맞춘 대학생 소비문화
이렇게 셈해보면 카페와 노래방을 이용하는 데 2000~3000원 정도 든다. 어림잡아 2만~2만5000원인 기존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혼자 밥 먹거나(혼밥족)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편도족) 대학생들의 구미가 당기는 ‘착한 소비’인 셈이다.
3000원짜리 일식돈가스로 입소문이 난 신촌의 식당, 저렴한 안주의 별도 구입·반입이 허용되는 호프집도 대학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기 가게다. 모두 거품 빼기에 주력했다. 청년층 소비패턴(유형)에 눈높이를 맞춘 마케팅 전략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른바 ‘혼자, 싸게’ 패턴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가성비와 효율성이 새로운 대학생 소비문화의 핵심이다. 아르바이트, 취업난 등 경제적 요인에 1인가구 증가, 개인주의 문화 확산 같은 사회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저자인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컨대 코인노래방을 ‘소외된 개인’ 따위의 부정적 틀로 재단할 이유는 없다”며 “기존 노래방 문화가 회식 등 집단주의나 위계질서의 투영인 데 반해 (코인노래방은) 스스로 원할 때,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의 욕구 표출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빅데이터' 품은 크라우드펀딩…핀테크 루키서 '주연'으로], [현대차 '안티맨', 취업은 시켜주면 OK?], [쿠팡, M&A·PI 팀 신설…수익 악화 탈출구 찾을까], [김정훈의 카톡까톡: 전기자동차에 보수적인 한국], ["이번엔 이세돌이 알파고 이기겠지만…"], [노정동의 빵집이야기: "반죽 없이 빵을 만든다고요?"]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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