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다, 가볍다…이미지 홍수 시대, 쑥쑥 크는 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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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의 콘텐츠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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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목 씨는 ‘나이트골렘’ ‘세븐메이지’ 등의 장르소설을 쓴 작가다. 그의 소설은 주로 ‘기갑물’로 분류된다. 이름도 생소한 이 장르는 로봇이 등장하는 국내 판타지 소설의 특수한 카테고리다. 독자층이 두터울 리 없다. 글을 쓰다 먹고살기 어려워 다른 직업을 가졌던 권씨는 최근 다시 전업 소설가로 돌아왔다. 웹소설의 성장으로 장르소설 독자층이 넓어져 소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기갑물 소설을 집필 중이다.

웹툰이나 동영상과 달리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점도 웹소설 ‘빅뱅’을 이끄는 차별화되는 요인이다. 지난 설 연휴(6~10일) 동안 네이버 웹소설의 ‘로맨스’ 장르에 올라온 작가지망생들의 소설만 900여편에 달한다. 중학생부터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까지 연령대·직업도 다양하다.
소설의 내용뿐 아니라 언어로 표현되는 형식도 중요하다고 믿는 문학평론가들에게 웹소설은 다소 지루한 분석 대상일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이야기의 ‘구조’에만 천착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라서 그렇다. 수백 년 전부터 쓰여온 진부한 도식이 자주 눈에 띈다. ‘재벌가 상속남과 평범한 소녀’로 대변되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형이 한 가지 사례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웹소설도 원천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웹소설 작가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귀여니’(이윤세)가 활동한 시기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그가 쓴 ‘늑대의 유혹’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배우 강동원의 초기작이니까 원소스멀티유스(OSMU)용으로서 웹소설 역사는 꽤 오래됐다. 무게감을 덜어낸 텍스트는 분 단위 동영상, 웹툰과 함께 지하철에서 소비할 수 있는 킬링타임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