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나홀로 술먹는 '혼술'…습관되면 '혼쭐' 납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2주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소화불량이나 두통, 무기력증 등 명절 후유증을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명절 기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홀로 술을 마시며 지낸 일부 ‘나홀로족’은 혼자 마시는 술(혼술)이 습관처럼 자리 잡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한 ‘귀포자’는 무료함을 달래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이 많다”며 “술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면서 계속 술을 찾게 되고 과음·폭음 등 좋지 않은 음주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고 해도 계속 혼자 술을 마시다 보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경제난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귀성을 포기한 사람은 더 위험하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나홀로족은 식사 등을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이 쉽지 않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밀집한 원룸촌, 고시촌, 오피스텔 등에서 추석·설 명절 연휴기간 도시락, 냉장 간편식 매출이 급증했다. 라면과 맥주 매출도 함께 늘었다.

혼자 술을 마시면 스스로 주량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 본인 주량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또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도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양의 술을 원하는 중독 상태가 된다.

알코올은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여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짧은 시간에 과하게 술을 마시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혼자 마시는 술처럼 옆에서 제어하거나 관찰해줄 사람이 없으면 음주 중 사고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난 1월에는 부산의 한 대학에서 영어 원어민 강사로 일하던 캐나다 국적의 A씨(53)가 자신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한 달여 전부터 휴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진 그의 원룸에는 빈 맥주병 100여개가 쌓여 있었고 외부인의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검안을 통해 알코올 의존증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김 원장은 “1인 가구가 500만에 이르는 등 1인 생활 문화가 확산되면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혼자 사는 사람은 가족, 친구, 동료의 참견이나 걱정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술 문제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증상이 심각해진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