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 화백 런던 전시 '완판'…미술 한류 새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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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메이저화랑 '화이트큐브' 개인전 출품작 16점 매진
국내 작가론 처음…내달 도쿄·홍콩에서 잇따라 전시
국내 작가론 처음…내달 도쿄·홍콩에서 잇따라 전시
6·25전쟁과 해방, 독재와 민주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겪으며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심에 섰다. 1950년대 문화적 불모지였던 한국 미술계에 추상미술을 소개했고, 화업 내내 한국 엥포르멜(서정적 추상주의 경향) 운동에 앞장섰다. 2007년 이후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를 누볐다. 맨손으로 ‘미술 한류’를 개척하고 있는 한국 단색화(모노크롬)의 선두주자 박서보 화백(83·사진)이다.
작년 6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미술 특별전인 ‘단색화’전에 초대됐던 박 화백이 또 한 번 큰일을 해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영국 최대 화랑인 런던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서 개인전(1월14일~3월12일)을 열고 있는 그는 전시회에 출품한 1967~1981년작 ‘묘법’시리즈 16점을 최근 모두 팔아 화제다.
지난 25일 귀국한 박 화백은 “런던 개인전을 열기 한 달 전부터 주문 전화가 이어졌고 개막 하루 전날 출품작 16점의 예약 주문이 끝났다”며 “지금도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화랑에서 전시회가 사작되기 전에 매진 기록을 세운 한국인 화가는 박 화백이 처음이다. 화이트큐브갤러리는 16점을 팔아 60억~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화단에서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런던 전시가 끝나면 다음달 21일 홍콩 페로탱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시작하고, 30일부터 5월5일까지 일본 도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시대의 아픔·동양정신 담아낸 묘법
박 화백의 그림이 이처럼 해외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단색화의 기본을 행위의 무(無)목적성과 반복성에 두면서도 화면에 시대의 아픔과 동양정신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반복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마음 깊숙한 곳의 모든 경험을 발산하는 게 그림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수히 선을 그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묘법을 ‘수신(修身)’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화백이 묘법 시리즈를 시작한 건 1967년께다. 묘법이란 ‘그린 것처럼 긋는 화법’으로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캔버스를 물감으로 뒤덮고 그것이 채 마르기도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또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다시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과정과 결과가 작품이 된다.
그의 묘법 시리즈는 10년 단위로 진화했다. 1980년에는 무채색 중심의 모노톤 화면에 지그재그로 선을 그은 ‘대각선 묘법’을 선보였고, 하얀색과 검은색 화면을 활용한 ‘블랙 앤드 화이트 묘법’(1990년대), 밭고랑 형태의 화려한 색깔로 구성한 ‘묘법’(2000년대)을 잇달아 내놓았다.
◆‘10억원 클럽’ 가입
박 화백의 작품 가격 역시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원대 중반에 거래되던 박 화백 그림은 작년 11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1억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생존 작가 중 이우환 정상화 화백에 이어 세 번째로 단일 작품 낙찰가 ‘1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2006년 50만원에 불과하던 평균 호당가격은 올해 460만원을 넘어섰다. 10년 사이에 9배 이상으로 올랐다. 지난해 경매 낙찰총액도 2010년(3억8000만원)보다 36배 이상 불어난 138억원에 달했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유통되는 박 화백 작품 3000여점(드로잉, 판화 등 포함)의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작년 6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미술 특별전인 ‘단색화’전에 초대됐던 박 화백이 또 한 번 큰일을 해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영국 최대 화랑인 런던 화이트큐브갤러리에서 개인전(1월14일~3월12일)을 열고 있는 그는 전시회에 출품한 1967~1981년작 ‘묘법’시리즈 16점을 최근 모두 팔아 화제다.
지난 25일 귀국한 박 화백은 “런던 개인전을 열기 한 달 전부터 주문 전화가 이어졌고 개막 하루 전날 출품작 16점의 예약 주문이 끝났다”며 “지금도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화랑에서 전시회가 사작되기 전에 매진 기록을 세운 한국인 화가는 박 화백이 처음이다. 화이트큐브갤러리는 16점을 팔아 60억~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화단에서 잇달아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는 런던 전시가 끝나면 다음달 21일 홍콩 페로탱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시작하고, 30일부터 5월5일까지 일본 도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시대의 아픔·동양정신 담아낸 묘법
박 화백의 그림이 이처럼 해외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단색화의 기본을 행위의 무(無)목적성과 반복성에 두면서도 화면에 시대의 아픔과 동양정신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반복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마음 깊숙한 곳의 모든 경험을 발산하는 게 그림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가 무수히 선을 그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묘법을 ‘수신(修身)’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화백이 묘법 시리즈를 시작한 건 1967년께다. 묘법이란 ‘그린 것처럼 긋는 화법’으로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캔버스를 물감으로 뒤덮고 그것이 채 마르기도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또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다시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과정과 결과가 작품이 된다.
그의 묘법 시리즈는 10년 단위로 진화했다. 1980년에는 무채색 중심의 모노톤 화면에 지그재그로 선을 그은 ‘대각선 묘법’을 선보였고, 하얀색과 검은색 화면을 활용한 ‘블랙 앤드 화이트 묘법’(1990년대), 밭고랑 형태의 화려한 색깔로 구성한 ‘묘법’(2000년대)을 잇달아 내놓았다.
◆‘10억원 클럽’ 가입
박 화백의 작품 가격 역시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2006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원대 중반에 거래되던 박 화백 그림은 작년 11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1억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의 생존 작가 중 이우환 정상화 화백에 이어 세 번째로 단일 작품 낙찰가 ‘1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2006년 50만원에 불과하던 평균 호당가격은 올해 460만원을 넘어섰다. 10년 사이에 9배 이상으로 올랐다. 지난해 경매 낙찰총액도 2010년(3억8000만원)보다 36배 이상 불어난 138억원에 달했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유통되는 박 화백 작품 3000여점(드로잉, 판화 등 포함)의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