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대표 제조업체 336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70%에 가까운 기업이 수출 리스크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한경 보도(3월1일자 A1, 2면)다. 글로벌 마케팅 강화(24.5%), R&D투자 확대 및 신제품 출시(24%), 신산업 개척(11.2%), 수출가격 인하를 통한 판매물량 확대(6.4%) 등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 긴축경영으로 갈 것이라는 응답은 업황이 최악인 철강 조선을 중심으로 전체의 29.1%에 그쳤다. 특히 R&D투자 확대 및 신제품 출시로 정면대응하겠다는 응답이 스마트폰 반도체 등 IT산업(32.8%), 석유화학 및 정유(28.6%), 자동차(22.7%) 등 주력산업에서 높게 나온 것이 주목된다. 위기 속에서도 전진한다는 한국 기업들의 도전정신이 읽힌다.

잘하는 일이다. 세계 경기 상황이나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모두 썰렁하기만 한 터여서 더욱 반갑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액은 또 12.2% 감소했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역대 최장 침체다. 여기에 한은이 2869개 제조·비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월에도 떨어져 작년 10월 이후 계속 하락세다. 3월 전망치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정부는 올 3.1%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글로벌 경제가 대혼돈이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위안화, 엔화 등의 가치가 경쟁적으로 떨어져 ‘근린궁핍화 환율전쟁’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그렇지만 세계교역액은 지난해 11.8%나 감소했다. 중국 일본 등의 수출은 올 1월에도 마이너스다. 환율 상승조차 소용이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힘겨운 국면이다. 대표산업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런 때 기업들의 의지마저 꺾인다면 희망이 없다. 돈이 아니라 투자를 늘리는 정공법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그래도 투자를 늘려 위기를 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매우 반갑다. 아무리 정치가 엉망이라도 경제까지 무너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