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태’를 보고 있자면 무슨 궁중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은 엊그제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명예훼손 사건 수사 결과 성추행, 인사 전횡, 폭언 등 모든 의혹을 허위사실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년2개월 만에 상황이 180도 뒤바뀐 것이다.

이 사건은 시향 직원들의 성추행 등 의혹제기→서울시향 직원의 박 전 대표 고소→경찰의 압수수색→피해자 주장 직원 자살시도→경찰의 박 전 대표 무혐의 처분→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 부인 명예훼손 혐의 입건→정 전 감독 사퇴→ 파리로 출국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종합해보면 기업인 출신인 박 전 대표가 2013년 초 시향 대표로 취임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고 이에 반발한 정 전 감독 측이 일부 직원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박 전 대표를 음해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개혁에 대한 저항을 넘어 개혁 추진자를 아예 생매장시켜 버리려는 무서운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향 관계자들은 국가기관은 물론 온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았고 누명까지 씌웠다. 안타까운 것은 이는 극단적 사례일 뿐, 비슷한 일이 우리 사회에 적잖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아예 ‘거짓말 경연장’이라고 할 정도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모든 개인과 집단이 기득권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다. 거짓말과 중상모략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거짓말 범죄인 사기사건이 연간 30만건으로 일본의 60배에 달한다고 한다. 위증과 무고는 수백배 단위로 더 많다.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