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해 실천하면서 학점을 받는 ‘자기 주도 프로젝트’가 대학 교육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이 창업이나 현장실습 등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학점을 주는 방식이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이 강의 등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창업 등 진로를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올해 ‘도전학기제’를 신설했다. 학생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학습과 활동을 스스로 설계한 뒤 실행하며 한 학기를 보내는 제도다. 이를 통해 학생은 정규 교과를 수강하지 않고도 최대 9학점까지 딸 수 있다.
대학에 부는 창업·자기주도학습 '바람'
도전학기에 신청해 선정된 학생 29명은 각기 ‘디자인 노트북 파우치 브랜드 창업(조형예술대)’ ‘사회요구형 체육교육기업 창업(건강과학대)’ 등 전공에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음악 콩쿠르대회 입상’ ‘창작음악극 기획’ 등 대학 졸업 후 진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주제가 등장했다.

아주대도 이와 비슷한 ‘파란학기제’를 올해 도입했다. 학생이 직접 도전 과제를 설계해 실행하면서 최대 18학점을 받을 수 있다. 교수나 외부 전문가는 해당 주제에 맞춰 지도해준다. 총 42개팀 학생 120명이 도전해 ‘경주용 자동차 제작과 국제 대회 참가’ ‘영화 제작에서 해외영화제 출품까지’ 등 창의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경희대가 이번 1학기에 개설한 교양과목 ‘독립연구’도 성격이 비슷하다. 학생들이 팀을 짜거나 개인적으로 한 학기 연구 과제를 정하고 담당 교수와 파트너가 돼 연구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는 수업이다. 보고서를 내면 2학점을 받는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대학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점을 주는 대학도 생겼다. 숙명여대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2년까지 휴학을 인정하는 한편 창업 활동 일지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면 재학 중 최대 18학점까지 인정하는 ‘창업학점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대학들은 해당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표로 학생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꼽았다. 서혁 이화여대 교무처장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기 미래를 설계하고 관련 분야를 개척할 수 있게 돕는 제도”라며 “창업에 도전하고 싶어도 수업 부담 때문에 휴학을 선택하거나 창업을 단념해야 했던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관계자도 “학생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고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이 한계에 이른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사립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학 졸업장만 갖고도 취업이 됐지만 이제는 4년간 수업을 충실히 듣는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며 “정규과정 밖에서 학생들이 진로를 찾도록 하는 대학들의 시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혜/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