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發 '배송전쟁' 2년 下] 대박 혹은 쪽박…'아마존' 꿈꾸는 김범석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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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이 '24시간 이내 배송'을 표방하는 '로켓배송'을 내놓은지 다음 달이면 꼬박 2년이다. 이 작은 전자상거래업체가 국내 유통·물류업계에 불고 온 바람은 꽤 컸다.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배송혁신을 외쳤고, 경쟁사들도 물류센터 확보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은 '감성 배송'에 호평했고, 국내 택배회사들은 '면허 없는' 배송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켓배송 2년. 어디까지 왔고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인지 상, 중, 하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38)가 처음부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경쟁상대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졸업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료들과 함께 2010년 쿠팡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그에게 아마존은 롤 모델이었다. 국내에 불어 닥친 '로켓배송' 열풍은 김 대표가 아마존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했다. 그가 필사적으로 '배송전쟁'의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은 가격경쟁을 넘어 배송경쟁으로 전선이 옮겨갔다. 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서 차별화를 이루는 데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배송속도를 무기로 월마트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것만 봐도 배송경쟁은 이제 불가피한 현실이다.
김 대표는 애초부터 쿠팡이 '소셜커머스'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소셜커머스의 대명사인 미국 그루폰의 모델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사업 모델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국내에서 소셜커머스 산업이 태동하던 4~5년 전부터 전자상거래의 경쟁력이 배송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2년의 고민 뒤 나온 것이 바로 로켓배송이다.
그러나 로켓배송은 위법 논란에 휩싸여 있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배송인력의 화물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배송서비스라고 주장하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다른 택배회사들은 '면허 없는' 배송 차량이라며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달 중 택배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의 본안 소송도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 김 대표 "아마존과 경쟁 두렵지 않다...오히려 한 단계 진화"
김 대표는 2010년 쿠팡 설립 초기부터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이던 그루폰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표방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아마존이 구축한 물류센터, 이를 통한 단계별 배송 시스템까지 그 전략이 현재 쿠팡에 녹아들면서 기존의 소셜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한 게 사실이다.
김 대표가 롤 모델로 삼은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으나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출범 초기 아마존은 기존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생필품 등을 내놓으면서 인터넷 판매망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또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이 배송이 급증하는 시즌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외부업체에 배송을 맡기는 대신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하겠다는 게 아마존의 복안이었다. 2000년 초까지 아마존은 오프라인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풀필먼트센터)를 건설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4년 말 기준 아마존의 미국 내 물류센터 면적은 월마트 전체 매장 면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때문에 갈수록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낮아졌고 이후 20년 간 적자행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매년 20%를 넘는 외형성장을 일궈낸 것이 위안거리였다. 지속되는 투자와 이를 버텨준 자금력으로 지난해 말 기준 아마존의 미국 내 온라인쇼핑 시장점유율은 39.3%까지 치고올라왔다. 쿠팡이 아마존의 길을 가기 위해선 자금력이 필수다.
아마존은 온라인 회원 가입자에게 무료로 이틀 안에 배달해주는 '프라임 서비스'도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선 2시간 배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연회비는 미국에서 99달러로 미국 내에서만 5400만명이 가입해있다. 프라임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고객은 일반 배송 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아마존이 최근 3년 간 미국 판매가 2배 이상 급증한 것은 프라임 서비스 효과 때문인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쿠팡도 아마존과 같이 물류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자체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시행했다. 사업모델 뿐만 아니라 직접 사람까지 영입하면서 '아마존 닮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에서 물류사업부를 이끌었던 헨리 로우 수석부사장(59)을 지난해 영입하는 등 로켓배송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아마존과 맞서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아마존의 비즈니스모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업체는 국내에선 쿠팡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로켓배송, 혁신이냐 위법이냐...꺼지지 않은 불씨
쿠팡이 당장 넘어야 할 산은 물류협회가 제기할 소송이다. 물류협회는 로켓배송이 명백히 현행 법을 저촉하고 있다며 위법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배 등 물류사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노란색 번호판을 단 운송사업용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 번호판은 일반 차량과 같은 하얀색이다. 쿠팡이 물류를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체 배송인력의 화물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택배회사들이 받는 규제도 쿠팡은 받지 않는다. 같은 성격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규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물류협회는 유통사업자인 쿠팡의 로켓배송 행위가 엄연한 위법이라며 이달 중으로 본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로켓배송 논란'이 일자 미등록 차량의 유료배송은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쿠팡은 이 같은 유권해석 이후 구매금액 9800원 이상의 배송에 대해서만 무료로 로켓배송을 하는 '변칙 전술'을 내놨다.
그러나 소비자가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할 때 건당 5000원을 뺀 금액을 돌려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불법배송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로켓배송의 위법논란이 계속되면 김 대표가 아예 택배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로켓배송이 무료(배송비가 판가에 포함되지 않음)라면 이는 비용 문제로 더욱더 자체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위법 판결을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유료화하거나 물류업체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38)가 처음부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경쟁상대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졸업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동료들과 함께 2010년 쿠팡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그에게 아마존은 롤 모델이었다. 국내에 불어 닥친 '로켓배송' 열풍은 김 대표가 아마존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꿈을 갖게 했다. 그가 필사적으로 '배송전쟁'의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전자상거래시장은 가격경쟁을 넘어 배송경쟁으로 전선이 옮겨갔다. 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에서 차별화를 이루는 데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배송속도를 무기로 월마트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것만 봐도 배송경쟁은 이제 불가피한 현실이다.
김 대표는 애초부터 쿠팡이 '소셜커머스'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소셜커머스의 대명사인 미국 그루폰의 모델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사업 모델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국내에서 소셜커머스 산업이 태동하던 4~5년 전부터 전자상거래의 경쟁력이 배송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2년의 고민 뒤 나온 것이 바로 로켓배송이다.
그러나 로켓배송은 위법 논란에 휩싸여 있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배송인력의 화물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배송서비스라고 주장하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다른 택배회사들은 '면허 없는' 배송 차량이라며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달 중 택배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의 본안 소송도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 김 대표 "아마존과 경쟁 두렵지 않다...오히려 한 단계 진화"
김 대표는 2010년 쿠팡 설립 초기부터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기업이던 그루폰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표방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아마존이 구축한 물류센터, 이를 통한 단계별 배송 시스템까지 그 전략이 현재 쿠팡에 녹아들면서 기존의 소셜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한 게 사실이다.
김 대표가 롤 모델로 삼은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으나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출범 초기 아마존은 기존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생필품 등을 내놓으면서 인터넷 판매망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또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이 배송이 급증하는 시즌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외부업체에 배송을 맡기는 대신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하겠다는 게 아마존의 복안이었다. 2000년 초까지 아마존은 오프라인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풀필먼트센터)를 건설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4년 말 기준 아마존의 미국 내 물류센터 면적은 월마트 전체 매장 면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때문에 갈수록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낮아졌고 이후 20년 간 적자행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매년 20%를 넘는 외형성장을 일궈낸 것이 위안거리였다. 지속되는 투자와 이를 버텨준 자금력으로 지난해 말 기준 아마존의 미국 내 온라인쇼핑 시장점유율은 39.3%까지 치고올라왔다. 쿠팡이 아마존의 길을 가기 위해선 자금력이 필수다.
아마존은 온라인 회원 가입자에게 무료로 이틀 안에 배달해주는 '프라임 서비스'도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선 2시간 배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연회비는 미국에서 99달러로 미국 내에서만 5400만명이 가입해있다. 프라임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고객은 일반 배송 서비스를 받는다. 하지만 아마존이 최근 3년 간 미국 판매가 2배 이상 급증한 것은 프라임 서비스 효과 때문인 것으로 회사 측은 판단하고 있다.
쿠팡도 아마존과 같이 물류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자체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시행했다. 사업모델 뿐만 아니라 직접 사람까지 영입하면서 '아마존 닮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에서 물류사업부를 이끌었던 헨리 로우 수석부사장(59)을 지난해 영입하는 등 로켓배송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아마존과 맞서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아마존의 비즈니스모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업체는 국내에선 쿠팡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로켓배송, 혁신이냐 위법이냐...꺼지지 않은 불씨
쿠팡이 당장 넘어야 할 산은 물류협회가 제기할 소송이다. 물류협회는 로켓배송이 명백히 현행 법을 저촉하고 있다며 위법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배 등 물류사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노란색 번호판을 단 운송사업용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 번호판은 일반 차량과 같은 하얀색이다. 쿠팡이 물류를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체 배송인력의 화물차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택배회사들이 받는 규제도 쿠팡은 받지 않는다. 같은 성격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규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물류협회는 유통사업자인 쿠팡의 로켓배송 행위가 엄연한 위법이라며 이달 중으로 본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로켓배송 논란'이 일자 미등록 차량의 유료배송은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쿠팡은 이 같은 유권해석 이후 구매금액 9800원 이상의 배송에 대해서만 무료로 로켓배송을 하는 '변칙 전술'을 내놨다.
그러나 소비자가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할 때 건당 5000원을 뺀 금액을 돌려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불법배송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로켓배송의 위법논란이 계속되면 김 대표가 아예 택배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로켓배송이 무료(배송비가 판가에 포함되지 않음)라면 이는 비용 문제로 더욱더 자체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위법 판결을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유료화하거나 물류업체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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