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하던 원자재 시장에 갑자기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배럴당 26달러대까지 추락하던 국제유가는 어느덧 배럴당 40달러 안팎까지 회복했다. 7일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전일보다 5.5% 급등한 배럴당 37.90달러에 장을 마쳤다. 한 달 사이에 36%나 오른 것이다. 브렌트유 5월물도 40.84달러까지 치솟았다. 철강 가격도 크게 올랐다.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은 전날보다 19% 오른 t당 62.47달러에 거래됐다. 6개월 만의 최고치다. 구리 가격 역시 4개월 만에 최고가로 뛰었고 금값도 올 들어 20%나 급등했다.

원자재 시장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자 이제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근거도 나름대로 그럴듯하다. 원유는 산유국들이 11일 모여 감산을 논의할 것이며 OPEC은 배럴당 50달러라는 새로운 가격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철광석이나 구리 등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이 아직 불투명한 마당에 원자재 강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로 풀린 돈이 가격 메리트가 있는 원자재 시장에 일시적으로 몰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원자재 가격 강세는 수급보다는 통화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얘기다. 과거 1970~80년대 1, 2차 오일쇼크 때도 유가를 급등시킨 것은 중동전쟁과 이란혁명, 달러약세 등 수급 이외 요인들이었다.

최근 유가 강세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둔화 예상과 달러 약세에 따른 것으로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금리인상이 주춤해질 것이란 예상으로 지난 1월에만 약 140억달러가 원자재 시장에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적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풀린 돈은 당분간 원자재 시장을 투기판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변동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시장을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