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첫 대국에 임하는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 / 구글 제공
9일 첫 대국에 임하는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 / 구글 제공
[ 김봉구 기자 ] 대반전이다. 이세돌 9단의 압승이 예상됐던 승부가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국 3시간30여분 만에 이 9단이 패배를 인정하며 돌을 던졌다. 역사적 첫 대국에서 구글 개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변의 승리(불계승)를 연출했다.

대국 중반까지는 이 9단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다. 초반엔 이 9단이 흔들렸지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알파고가 실수를 연발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악수(惡手)로 평가받았던 알파고의 수들이 결과적으로 냉정한 계산의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한경닷컴과 아프리카TV의 공동 생중계에서 해설로 나선 손근기 사범(5단)과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김미리 사범(3단)은 이 9단의 패배가 확정된 순간 잠시 말을 잃었다. 여기저기서 탄식도 터져나왔다.

손 사범은 “중계를 하면서도 알파고의 수준이 낮다고 봤고 바둑기사 관점에서 이상한 수로 풀이했다. 이 9단이 우세한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냉정한 판단을 못했다”면서 “이 9단 역시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범도 대국을 복기하면서 “지나고 보니 (이 9단이) 집을 많이 잃었다. 분위기에 취해 다소 쉽게 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이 9단이 실력에 비해 못 뒀고 실수가 많았지만 그 정도 실수를 한다고 해서 (이 9단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의 완승을 예상해 화제가 된 김 교수는 “악수로 보였는데 (알파고가)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이후의 수읽기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알파고가 5대0으로 이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이세돌 9단 스스로를 포함해 프로 바둑기사들은 알파고에게 진다는 예상을 하지 않았던 만큼 충격파가 더욱 큰 상황.

이날 패배가 이 9단의 다음 대국에 끼치는 심리적 영향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제2국은 10일 오후 1시 열린다. 이 9단이 정신적 충격을 얼마나 잘 추스르고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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