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불황 뚫은 '발상의 전환'…NPC·구정마루, 혁신제품으로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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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컵 밑바닥서 맥주 채워 생산성 최대 20배… 다양한 색 '청어 뼈 무늬' 마루바닥재
'인센티브 1000%' NPC
직원 1인당 평균 2500만원 받아…접는 컨테이너 등 신제품 잇따라 출시
'연매출 30% 성장' 구정마루
"점잖은 디자인만으론 힘들다"…기존 원목무늬서 과감히 탈피
컵 밑바닥서 맥주 채워 생산성 최대 20배… 다양한 색 '청어 뼈 무늬' 마루바닥재
'인센티브 1000%' NPC
직원 1인당 평균 2500만원 받아…접는 컨테이너 등 신제품 잇따라 출시
'연매출 30% 성장' 구정마루
"점잖은 디자인만으론 힘들다"…기존 원목무늬서 과감히 탈피
불황으로 움츠러드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안산의 NPC와 경기 광주의 구정마루는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기일수록 혁신적인 제품으로 타사와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소비자를 사로잡는다는 게 이들 업체의 전략이다.
안산에 본사를 둔 플라스틱 팰릿 생산업체 NPC(부회장 박두식)는 지난해 말 전 직원에게 900%의 인센티브(이익에 따른 특별성과급)를 지급했다. 지난 1월 추가로 110%를 줬다. 이로써 2015년분 인센티브는 총 1010%에 달했다. 1인당 평균 2583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고정월급이나 정기상여금 600%는 제외한 것이다.
이 회사의 성세영 대표는 최근 “전 직원이 지난 5년 새 받은 1인당 평균 인센티브는 1억2201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는 2011년 1090% 였다가 그 뒤 700% 안팎으로 떨어진 뒤 4년 만에 다시 1000%를 넘어선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력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는 어떻게 해마다 인센티브를 700~1000%씩 줄 수 있었을까.
원동력은 임직원이 단합해 아이디어를 찾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윤해영 전략영업부장은 자사의 생산시설과 핵심역량을 활용한 신사업을 찾던 중 어느 개인이 ‘리버스탭’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접촉해 이를 회사에 소개했다. 홍성원 기술연구소 부장은 이를 제품화할 수 있다고 임원진에 보고했고 임원진은 이를 적극 수용해 공동 개발한 끝에 상품화에 성공했다.
맥주 디스펜서와 컵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기존에 위에서 따르는 맥주 대신 컵의 밑바닥 구멍을 통해 채우는 방식이다. 이동식 마개가 있어 맥주를 채우고 나면 마개가 자동으로 닫힌다. 기존 맥주집의 직원 한 명이 한 잔을 따르는 동안 이 시스템으로는 10~20잔을 채울 수 있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 맥주의 양과 거품의 양을 감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를 지난해 유럽에 2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해는 오산에 전용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회사는 올해에만 총 36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은 줄을 잇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플라스틱 컨테이너(화물을 담기 위한 용기)는 가볍지만 부피가 커서 물류비가 많이 든다. 임직원은 아이디어를 모아 접철식 컨테이너를 개발했다. 접는 제품이어서 부피가 75~80%가량 줄었다. 경량화한 컨테이너와 팰릿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강도와 경도를 유지하되 무게를 줄인 제품을 속속 개발했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최근 컨테이너 상자 렌털사업도 시작했다.
투명경영과 ‘더불어 경영’도 한몫했다. 박두식 부회장은 “종업원 회사 주주가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시스템을 도입한 뒤 임직원이 간절한 마음으로 성과를 높이기 위해 땀 흘리며 뛴 대가”라고 말했다. 지게차로 운반할 때 쓰이는 플라스틱 팰릿과 컨테이너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말까지 매출이 2737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했다. 지난달 하순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향하우징페어’. 이곳에서 구정마루(사장 조문환·60)는 마루바닥재 신제품 50여종을 선보였다. 이 중 특히 바이어들의 관심을 끈 것은 ‘핸드메이드 헤링본’ 제품이다.
헤링본(herring bone)은 ‘청어 뼈’라는 뜻으로 청어의 등뼈에 붙은 가시처럼 사선으로 디자인된 제품이다. 일자형이던 기존 마루바닥재와는 차별화된 제품이다. 이번에는 특히 각각의 마루바닥재를 일일이 손으로 페인트칠한 뒤 이어 붙인 ‘핸드메이드 헤링본’ 제품을 선보였다. 조문환 사장은 “진한 청색에서 연한 회색에 흰색 등 갖가지 색을 섞었고 황금색 바닥재를 곳곳에 배치해 바닷속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구정마루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불황을 뚫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14년에 비해 30%가량 늘어 약 6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성장세도 ‘혁신제품’ 덕분이다.
마루바닥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일자형에 원목무늬를 입힌 제품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컬러를 다양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앤티크 풍이 날 수 있도록 표면에 스크래치를 낸 제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낡은 청바지를 닮은 앤티크 풍은 프로방스나 산토리니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연상시킨다.
조 사장은 “전통적인 디자인과 색상을 좋아하는 중년층과는 달리 젊은 층은 나만의 컬러, 나만의 디자인으로 집을 꾸미고 싶어한다”며 “이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세대 부부는 밋밋한 디자인을 싫어한다.
조 사장은 “일부 신혼부부는 신축아파트의 바닥을 뜯어내고 헤링본으로 재시공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헤링본은 유럽에선 고급 저택, 레스토랑 등에서 많이 시공되고 있으며 제조와 시공이 까다로워 기존 마루제품보다 30~40%가량 비싸다.
구정마루는 수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이를 생산하다가 반응이 좋아 지금은 거의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다. 조 사장이 이같이 다양한 신제품으로 승부를 건 것은 역설적으로 불황 때문이었다. 그는 당초 고급 마루바닥재를 생산해 타워팰리스 등에 납품하며 안정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건설경기 침체와 건자재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대리점과 젊은 직원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기존의 점잖은 마루바닥재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요구였다.
하지만 원목 중심의 단정한 컬러에 익숙해진 조 사장이 기존 제품의 전략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번 젊은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보자’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빈티지풍의 제품을 속속 선보였고 헤링본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내놨다.
또 하나의 전략은 마케팅 방법의 전환이었다. 조 사장은 “그동안 대형 건설업체에 대한 단체납품만을 주로 해왔으나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특정업체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는 문제가 생겨 과감하게 대리점 중심으로 마케팅을 바꿔나갔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건설업체 매출 비중이 60~70%에 달했지만 지금은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리점들은 지역별 리모델링 아파트나 상가 등을 집중 공략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안산에 본사를 둔 플라스틱 팰릿 생산업체 NPC(부회장 박두식)는 지난해 말 전 직원에게 900%의 인센티브(이익에 따른 특별성과급)를 지급했다. 지난 1월 추가로 110%를 줬다. 이로써 2015년분 인센티브는 총 1010%에 달했다. 1인당 평균 2583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물론 고정월급이나 정기상여금 600%는 제외한 것이다.
이 회사의 성세영 대표는 최근 “전 직원이 지난 5년 새 받은 1인당 평균 인센티브는 1억2201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는 2011년 1090% 였다가 그 뒤 700% 안팎으로 떨어진 뒤 4년 만에 다시 1000%를 넘어선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력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는 어떻게 해마다 인센티브를 700~1000%씩 줄 수 있었을까.
원동력은 임직원이 단합해 아이디어를 찾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윤해영 전략영업부장은 자사의 생산시설과 핵심역량을 활용한 신사업을 찾던 중 어느 개인이 ‘리버스탭’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접촉해 이를 회사에 소개했다. 홍성원 기술연구소 부장은 이를 제품화할 수 있다고 임원진에 보고했고 임원진은 이를 적극 수용해 공동 개발한 끝에 상품화에 성공했다.
맥주 디스펜서와 컵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기존에 위에서 따르는 맥주 대신 컵의 밑바닥 구멍을 통해 채우는 방식이다. 이동식 마개가 있어 맥주를 채우고 나면 마개가 자동으로 닫힌다. 기존 맥주집의 직원 한 명이 한 잔을 따르는 동안 이 시스템으로는 10~20잔을 채울 수 있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 맥주의 양과 거품의 양을 감지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를 지난해 유럽에 2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해는 오산에 전용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회사는 올해에만 총 36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은 줄을 잇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플라스틱 컨테이너(화물을 담기 위한 용기)는 가볍지만 부피가 커서 물류비가 많이 든다. 임직원은 아이디어를 모아 접철식 컨테이너를 개발했다. 접는 제품이어서 부피가 75~80%가량 줄었다. 경량화한 컨테이너와 팰릿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강도와 경도를 유지하되 무게를 줄인 제품을 속속 개발했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최근 컨테이너 상자 렌털사업도 시작했다.
투명경영과 ‘더불어 경영’도 한몫했다. 박두식 부회장은 “종업원 회사 주주가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시스템을 도입한 뒤 임직원이 간절한 마음으로 성과를 높이기 위해 땀 흘리며 뛴 대가”라고 말했다. 지게차로 운반할 때 쓰이는 플라스틱 팰릿과 컨테이너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말까지 매출이 2737억원(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했다. 지난달 하순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향하우징페어’. 이곳에서 구정마루(사장 조문환·60)는 마루바닥재 신제품 50여종을 선보였다. 이 중 특히 바이어들의 관심을 끈 것은 ‘핸드메이드 헤링본’ 제품이다.
헤링본(herring bone)은 ‘청어 뼈’라는 뜻으로 청어의 등뼈에 붙은 가시처럼 사선으로 디자인된 제품이다. 일자형이던 기존 마루바닥재와는 차별화된 제품이다. 이번에는 특히 각각의 마루바닥재를 일일이 손으로 페인트칠한 뒤 이어 붙인 ‘핸드메이드 헤링본’ 제품을 선보였다. 조문환 사장은 “진한 청색에서 연한 회색에 흰색 등 갖가지 색을 섞었고 황금색 바닥재를 곳곳에 배치해 바닷속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구정마루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불황을 뚫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14년에 비해 30%가량 늘어 약 6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성장세도 ‘혁신제품’ 덕분이다.
마루바닥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일자형에 원목무늬를 입힌 제품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컬러를 다양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앤티크 풍이 날 수 있도록 표면에 스크래치를 낸 제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낡은 청바지를 닮은 앤티크 풍은 프로방스나 산토리니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연상시킨다.
조 사장은 “전통적인 디자인과 색상을 좋아하는 중년층과는 달리 젊은 층은 나만의 컬러, 나만의 디자인으로 집을 꾸미고 싶어한다”며 “이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세대 부부는 밋밋한 디자인을 싫어한다.
조 사장은 “일부 신혼부부는 신축아파트의 바닥을 뜯어내고 헤링본으로 재시공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헤링본은 유럽에선 고급 저택, 레스토랑 등에서 많이 시공되고 있으며 제조와 시공이 까다로워 기존 마루제품보다 30~40%가량 비싸다.
구정마루는 수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이를 생산하다가 반응이 좋아 지금은 거의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다. 조 사장이 이같이 다양한 신제품으로 승부를 건 것은 역설적으로 불황 때문이었다. 그는 당초 고급 마루바닥재를 생산해 타워팰리스 등에 납품하며 안정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건설경기 침체와 건자재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대리점과 젊은 직원들의 건의가 이어졌다. “기존의 점잖은 마루바닥재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요구였다.
하지만 원목 중심의 단정한 컬러에 익숙해진 조 사장이 기존 제품의 전략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번 젊은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보자’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빈티지풍의 제품을 속속 선보였고 헤링본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내놨다.
또 하나의 전략은 마케팅 방법의 전환이었다. 조 사장은 “그동안 대형 건설업체에 대한 단체납품만을 주로 해왔으나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특정업체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는 문제가 생겨 과감하게 대리점 중심으로 마케팅을 바꿔나갔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건설업체 매출 비중이 60~70%에 달했지만 지금은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리점들은 지역별 리모델링 아파트나 상가 등을 집중 공략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