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40억달러를 투자해 후베이성 우한에 3차원(3D) 낸드 플래시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다. 중국 정부가 업체와 손잡고 해외 반도체 업체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에 3D 낸드 공장을 짓는 건 처음이다.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펀드인 ‘국가반도체투자펀드’가 이번 공장 건설에 상당액을 출자한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인 중국이 국가펀드를 동원해 특정 산업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게 과연 국제규범에 합당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마침 세계반도체협회(WSC)도 중국의 반도체펀드가 세계 반도체시장 질서를 위반하는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간간이 제기돼온 불공정 지원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물론 국가마다 다양한 산업지원책을 쓰고 있고 펀드도 그런 정책수단 중 하나다. 국가의 산업지원이 중국만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간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펀드가 특정 산업 지원에 나서면 통상마찰 소지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WTO가 정부 보조금이나 금융지원 등에 대해 특정성을 갖지 말 것, 특정성이 불가피하다면 중립적이고 객관적 지원조건을 갖출 것 등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규범을 위반하면 시장을 왜곡하고 무역질서를 교란시키는, 국가의 불필요한 시장개입 행위로 보는 것이다. 세계반도체협회가 특별히 중국의 국가 반도체펀드를 지목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1년 WTO 가입 당시 15년간 비(非)시장경제국 지위를 감수하기로 한 중국이 이제는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주요 기업을 계속 소유하고, 기업을 특정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한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펀드 역시 국제규범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