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맥주시장에 대한 규제를 손볼 모양이다. 한경 보도(3월23일자 A12면)에 따르면 시장진입 장벽, 소규모 맥주 소매점 판매제한, 출고가격 이하 할인판매 금지 등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탓에 맥주시장의 과점구조가 고착화되고,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이란 연구용역을 발주해 6월 말까지 규제개혁 방안과 맥주산업의 경쟁촉진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옳은 방향이다. 수입맥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는 국산 맥주를 과점체제에 안주하도록 하는 이중삼중의 규제가 큰 요인이다. 주세법만 해도 그렇다. 면허를 따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발효·저장 설비를 갖추도록 규정한 것은 시설을 빙자한 진입장벽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규모 맥주는 주세법 시행령에 의해 영업장 판매만 허용되고 있다. 롯데주류가 맥주시장에 뛰어들어 클라우드 바람을 일으키며 선전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아니었다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국산 맥주에 대해 출고가 이하로 할인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국세청 고시도 문제다. 수입맥주는 출고가를 몰라 할인 판매에 제한이 없다. 명백한 역차별이다. 국산 맥주는 경쟁 부재로 싱거운 맥주, 맛없는 맥주가 돼버린 사이에 소비자들은 맛도 좋고 가격도 할인되는 일본, 독일 등의 수입맥주를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

공정위가 모처럼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규제 강화가 아니라 경쟁 활성화가 공정위 본연의 역할이다. 공정거래법이 경쟁제한적 규제를 완화하도록 관계 부처에 권고할 수 있게끔 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맥주 규제가 문제라면 공정위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관련 규제의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 한 해 국내에서 연인원 1900만명이 해외로 나가 별의별 맥주를 보고 마신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해외관광객도 1300만명을 넘었다. 맛없는 국산 맥주가 통할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도 맛없다는 게 외국의 평가다. 우리도 맛있는 맥주 좀 마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