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 1년밖에 안 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뜯어고칠 모양이다. 시행 결과 기업들이 순이익을 투자나 임금 인상보다는 주로 배당 확대에 쓰고 있어 배당보다는 투자와 임금 인상에 많이 쓰는 기업에 유리하도록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투자나 임금 인상분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순이익의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 등에 쓰지 않으면 기준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이익을 어떻게 쓰느냐는 기업 고유의 경영 판단에 속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수를 살린다며 이를 도입했다. 국내 기업들이 배당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며 이 세제를 통해 배당을 늘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와서 배당을 많이 한다며 배당은 좀 줄이고 투자와 임금 인상을 더 하라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다. 정부가 기업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도 문제인데 시킨 대로 했더니 결과가 맘에 안 든다며 또 다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을 전제로 이상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이 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마이너스 금리조차 경기 회복에 별 도움이 안 될 정도다. 게다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소득분배도 왜곡시킨다. 배당으로 소득이 늘 정도면 이미 서민도 아니다. 이익으로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기업은 이미 많은 임금을 주는 대기업이다.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제도인 것이다. 우리가 본란을 통해 처음부터, 그리고 누누이 이 제도에 반대한 것도 그래서다. 이익을 투자에도 쓰라지만 해외투자, M&A, 토지 건물 매입 등은 투자로 인정해주지도 않는다. 차라리 국민연금 해외투자를 막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투자할 수 있는 길은 막아놓고 기업에 ‘왜 투자는 않고 배당만 늘리느냐’며 또 제도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저 대기업을 윽박질러 돈만 풀게 하면 그만이라는 무식의 소치다. 유일호 부총리는 ‘누더기법’을 또 내놔 어쩌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