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강의 말미에 꼭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 같은 데 자본주의의 단점은 없는 것인가?” 아마 지금까지 이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칼럼난을 통해 여러 필자가 쓴 글들을 읽은 독자 중에서도 이런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연재한 글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필자들이 자본주의를 ‘완벽한’ 것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그러나 이야말로 오해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결코 자본주의가 완벽한 제도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 가장 나은 제도이고,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들이 가장 덜 일어나는 제도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제도는 그래서 다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아니면 두 가지를 혼합한 것이든 다 그렇다. 어떤 체제이든지 풀어야 할 과제가 세 가지 있다. 첫째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 둘째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셋째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사회주의체제에서는 정부가 중앙계획에 따라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할지, 어떤 생산방법을 사용할지, 그것들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결정한다.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이런 방식은 경제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결국은 실패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회주의와는 달리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의 가격시스템을 통해 세 가지 과제를 매우 효율적으로 해결한다.

그러나 시장은 때때로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만족할 만한 해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시장은 항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소득이 ‘동일하게’ 분배되지 않으며,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반복해 발생한다. 시장이 때때로 만족할 만한 해답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고, 시간선호가 변하며 그에 따라 투자와 소비 비중이 달라진다. 또 노동력의 양과 질이 변하며, 어떤 자원은 고갈되기도 하고 새로운 자연자원이 발견되기도 한다. 기술의 변화가 생산 가능성을 변화시킨다. 기후변화가 농산물 생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는 세계에서 생산의 형태는 시장 예측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예측은 완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가마다 다르다. 시장을 잘 예측해 생산한 기업가는 성공해 이윤을 얻고, 그렇지 못한 기업가는 생산한 물건을 팔지 못해 손해를 본다. 그래서 개별 시장이나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과잉생산이나 과소생산이 발생한다. 즉 어느 한 시점으로 보면 분명 시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개별 시장이나 산업에서 실업자가 발생하고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교정해나가면서 부조화가 자연스럽게 조절된다. 동태적인 현실 경제의 어느 한 시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시장실패라고 하는 것은 시장을 정태적으로 보는 것이고, 현실에서 주어지지 않은 이상적인 목표를 두고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고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개별 시장이나 산업에서의 부조화가 아니라 경제 전체에서 발생하는 부조화다. 다시 말하면 왜 갑자기 대규모의 투기가 발생하고 많은 기업가의 예측이 실패하며, 그런 예측의 실패가 거의 비슷한 시점에 집중돼 경제 내에서 대규모 과오와 심각한 불황이 초래되는가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거의 모두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을 때 발생했다. 1930년대 대공황은 1920년대 과다한 통화팽창과 그에 따른 대규모 과잉투자, 그리고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경제에 대한 과도한 정부개입 때문에 발생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인플레이션) 역시 1960년대와 1970년대 과다한 통화발행과 정부개입의 결과였으며,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나타난 닷컴버블 및 붕괴 역시 마찬가지다. 닷컴버블 붕괴 후 그를 치유하기 위해 과다 발행한 통화량과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했고, 그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런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만을 결합한 개입주의 혹은 혼합경제가 제3의 대안이며 바람직한 경제체제라고 생각한다. 사유재산은 인정하되 기업가나 자본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사용은 권위주의적인 명령과 금지에 의해 규제되고 통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개입주의로 갔던 국가들에서 개입주의 경제가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는 종종 나쁜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그 나쁜 결과를 수정하고자 정부가 개입하면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 자생적인 질서를 믿고 놔둘 때 자본주의는 발전해 사람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는 정부나 대중으로부터 항상 적대시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임을 보여준다.

시장 왜곡하는 개입주의
경제정책 실패를 더 많은 통제 구실로


개입주의자들은 ‘간섭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악’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악들을 제거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고, 자본가와 기업가의 활동에 정부가 간섭함으로써 자본주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규제와 산업을 통제하는 정부의 개입주의가 전체주의적 사회주의는 방지하면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본주의의 특징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는 달리 현실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다른 사람을 희생해 일부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거래의 조건을 바꾸는 시스템으로 변하게 된다. 개입주의는 한 집단이 시장과정에 개입해 교환가격을 바꾸도록 정부를 끌어들이는 체제로 돼 간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왜곡시켜 시장 조정을 방해함으로써 대다수 사람들의 형편이 더 나빠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물론 개입주의자들은 개입주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미래의 더 많은 통제를 위한 구실로 이용한다. “이런 실패는 통제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하다. 실패에 대해 비난받아야 할 것은 시장이지 정부개입이 아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대한 대안은 강제와 폭력일 뿐이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인간욕망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장치다. 삶을 개선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자본주의는 그 인간의 욕망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실현해주는 역할을 하며 그럼으로써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를 낳게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가져온 혜택은 특정인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돌아갔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이 과다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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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토요일인 4월2일자부터는 ‘CEO를 위한 경영학’ 시리즈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