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향해 실천하는 삶이 부활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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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원로'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부활절 인터뷰
막내 여동생 소아마비 앓아
장애인 부모의 고통 이해
밀알학교·굿윌스토어 등 설립
막내 여동생 소아마비 앓아
장애인 부모의 고통 이해
밀알학교·굿윌스토어 등 설립
‘귀하가 지급한 물건값은 이달치 장애인 월급입니다.’ 서울 마천동 굿윌스토어 계산대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는 장애인들이 직접 기부받은 옷가지를 손질하고, 고장 난 전자기기를 고쳐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장애인 직원의 응대는 서툴렀지만 이곳을 찾은 주민은 “명품을 싸게 건졌다”며 즐거워했다. 판매 수익의 일부는 장애인 직원들의 임금으로 돌아간다. 2014년에는 90여명, 지난해에는 100여명이 월급을 받았다.
굿윌스토어는 발달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인 ‘밀알학교’를 건립한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74·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이 아이들 교육 이후를 고민해 설립한 가게다. 현재 전국에 네 곳을 운영 중이다.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만난 홍 목사는 “굿윌스토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자원 재분배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이 있어요. 바로 밀알학교 졸업식이죠. 졸업을 하고 나면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데 다 큰 아이들은 저보다 덩치가 커 통제가 불가능해요. 보다 못한 부모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봤습니다.”
홍 목사가 장애인 부모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 건 소아마비를 앓은 막내 여동생 때문이다.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동생은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전기통신회사 벨에 입사했다. 자랑스러워하는 그에게 동생이 말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야. 미국은 입사 시험에서 건강한 사람보다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줘.”
한국 기업은 달랐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벌금을 냈다. 홍 목사는 직접 이들의 일자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법을 찾아 유럽도 가보고, 미국도 둘러봤다. 미국 굿윌재단에서 운영하는 알뜰장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것이 굿윌스토어다.
27일로 다가온 부활절의 의미를 묻자 그는 ‘실천하는 삶의 중요성’을 꼽았다. “예수님은 이 땅에 계실 적에 부자, 권력자, 유명한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오직 낮은 곳으로 향하셨죠. 저는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한 번도 사회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실천하지 않는 기도는 의미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홍 목사는 세라믹 벽화가 아름다운 음악당으로 안내했다. 아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간단한 수화로 인사를 나눴다. 밀알학교를 세울 때만 해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이 이제 음악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오는 등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가끔 밀알학교를 둘러보고 예술의전당보다 화려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장애인들은 어차피 좋은 줄도 모를 텐데 너무 낭비한 것 아니냐고요. 예수님은 ‘낭비하지 아니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손해를 감수하고 최고로만 해주고 싶은 것, 그것이 예수님의 마음이 아닐까요.”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굿윌스토어는 발달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인 ‘밀알학교’를 건립한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74·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이 아이들 교육 이후를 고민해 설립한 가게다. 현재 전국에 네 곳을 운영 중이다.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에서 만난 홍 목사는 “굿윌스토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자원 재분배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졸업식이 있어요. 바로 밀알학교 졸업식이죠. 졸업을 하고 나면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데 다 큰 아이들은 저보다 덩치가 커 통제가 불가능해요. 보다 못한 부모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봤습니다.”
홍 목사가 장애인 부모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 건 소아마비를 앓은 막내 여동생 때문이다.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동생은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전기통신회사 벨에 입사했다. 자랑스러워하는 그에게 동생이 말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야. 미국은 입사 시험에서 건강한 사람보다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줘.”
한국 기업은 달랐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벌금을 냈다. 홍 목사는 직접 이들의 일자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법을 찾아 유럽도 가보고, 미국도 둘러봤다. 미국 굿윌재단에서 운영하는 알뜰장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것이 굿윌스토어다.
27일로 다가온 부활절의 의미를 묻자 그는 ‘실천하는 삶의 중요성’을 꼽았다. “예수님은 이 땅에 계실 적에 부자, 권력자, 유명한 사람은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오직 낮은 곳으로 향하셨죠. 저는 교회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한 번도 사회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실천하지 않는 기도는 의미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홍 목사는 세라믹 벽화가 아름다운 음악당으로 안내했다. 아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간단한 수화로 인사를 나눴다. 밀알학교를 세울 때만 해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이 이제 음악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오는 등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가끔 밀알학교를 둘러보고 예술의전당보다 화려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장애인들은 어차피 좋은 줄도 모를 텐데 너무 낭비한 것 아니냐고요. 예수님은 ‘낭비하지 아니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손해를 감수하고 최고로만 해주고 싶은 것, 그것이 예수님의 마음이 아닐까요.”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