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동의 빵집이야기] 일본인 제빵사가 만든 조리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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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 빵. 우리는 지금 '빵의 시대'를 살고 있다. 주변엔 빵에 대한 관심을 넘어 직접 빵집을 차리겠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빵집은 도처에 널려 있지만 어떤 빵집을 어떻게 차려야 할 지 궁금한 게 많다. 셰프만의 개성으로 '골리앗'을 넘어뜨린 전국 방방곳곳 '작은 빵집' 사장님들의 성공 방정식. [노정동의 빵집이야기]에서 그 성공 법칙을 소개한다.
코바야시 스스무(32, 사진). 한국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일본에서 건너온 이 겁 없는 제빵사는 고향을 떠나온 지 5년 만에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조리빵(기본빵 안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빵을 통칭)의 나라답게 일본식 조리빵의 끝을 한국인 소비자에게 맛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40~50대 남성들도 줄 서서 먹게 만드는 빵을 만들어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학교 인근 골목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그의 베이커리 '아오이토리'는 우리나라 말로 파랑새라는 뜻이다. 베이커리의 이름과 맞지 않게 그의 빵집 앞에는 이 집의 대표 빵인 '야키소바빵(볶음우동빵)'를 사러 온 한국인 소비자들로 북적댔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아내 혹은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온 이른바 아저씨 고객들이 많았다는 것인데, 보통 빵집의 주 고객이 20~30대 여성들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딸의 손을 붙잡고 가게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이두일(45·서울 이문동)씨는 "평소에 빵을 좋아하는 편인데 일본인 제빵사가 직접 만드는 일본식 조리빵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직접 맛을 보러 왔다"며 "기존 조리빵과 달리 우동, 돈까스, 카레, 메론 등 특색 있는 재료들이 빵과 만났을 때 어떤 맛을 내는지 호기심이 커서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독특한 조리빵 덕에 오히려 한국으로 건너온 뒤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그를 지난 17일 홍대 아오이토리에서 만났다.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건 일본의 대중적인 빵으로 알려져 있는 이 '야키소바빵'이 오로지 맛 때문에 한국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지였다. 그동안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했던 맛에 대한 일회성 호기심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13년차 제빵사인 코바야시 스스무 대표는 오히려 다른 곳에 비결이 있다고 털어놨다.
"야끼소바빵은 특이한 빵이 아닙니다. 일본에선 어느 베이커리에나 있을 정도고,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미 일본에 여행을 가서 이 빵을 경험한 한국인들도 많을 거고요. 오히려 경쟁력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신선도 그리고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있습니다. 특히 저는 희한한 모양에 관심을 보였던 소비자가 가격 때문에 단골이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고 있어요."
그는 재료의 풍성함과 신선도, 저렴한 가격 등을 비결로 꼽았지만 3년째 고객들을 줄 세우고 있는 비결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출근 시간을 공략한다"는 말이 더 와 닿았다. 코바야시 스스무 대표의 출근 시간은 새벽 4시다. 그의 베이커리 아오이토리는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오픈과 동시에 야끼소바빵, 새우카츠버거, 치킨카라아게샌드, 메론빵 등 이 빵집의 대표 메뉴들을 구매할 수 있다. 보통 우리나라 빵집 오픈 시간이 오전 9시 이후인 점, 가장 많은 빵이 나오는 시간대가 정오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일본인 제빵사의 시계는 조금 빠른 셈이다.
"일본 제빵업계는 보통 새벽 1시에 출근을 합니다. 일본에선 아침식사를 빵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한국보다 많기 때문에 아침 식사빵 수요가 커요. 베이커리들이 보통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데 그때 빵을 판매할 수 있으려면 4~5시간 전에는 출근을 해야 합니다. 빵을 발효시키고 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새벽 4시에 출근하는 제빵사를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아침식사를 갓 나온 조리빵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아오이토리의 또 다른 점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밤 10시에 방문을 했는데도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었다"는 후기가 인터넷 블로그에 넘친다. 이 대목에서 그는 "문을 열어 놓으면 누군가는 찾아온다"고 말했다. 보통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에선 한 밤에는 빵을 구매하러 오는 수요가 많지 않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역시 일본 제빵업계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 제빵업계로 와서 가장 다르게 느꼈던 것은 개인 베이커리들의 휴무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거의 연중무휴로 빵집을 운영합니다. 아오이토리도 매해 1월1일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일본 제빵업계가 프랜차이즈 빵집의 시대에서 개인 베이커리의 시대로 넘어가 개인 제빵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쉬게 되면 고객들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지요." 베이커리의 부지런함이 이 빵집에 고객이 끊이질 않는 비결이라면 그들을 단골로 만드는 데는 재료가 주는 힘이 크다. 야키소바빵을 비롯해 이 베이커리에는 명란을 사용한 명란바게뜨, 감자 양파 돼지고기로 만든 고로케샌드, 통살새우를 사용한 새우카츠버거, 빵 속에 말차크림을 넣은 말차멜론빵, 닭고기가 들어간 치킨카라아게샌드 등 보통 빵의 재료로 생각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사용한다. 이들 재료는 밀가루에 수분을 침투시켜 빵을 곧잘 변질시키기 때문에 제조한 뒤부터 소비자들의 입 속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체될수록(판매가 더뎌질수록) 빵맛은 변하고 재료들도 신선도를 잃기 때문이다.
"야키소바나 러스크(빵을 얇게 썰어 오븐에 구워낸 제과) 종류의 빵들은 일본에선 대중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따로 각인시킬 필요가 없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어느 정도 소비자들이 이 빵들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엔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빵을 소비하는 큰 흐름이 조리빵 쪽으로 가는 것이 일본의 사례입니다. 한국에서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소시지빵 하나로는 만족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재료의 풍성함은 어느 빵집이나 큰 무기다. 다만 비용에 대한 부담 탓에 개인 베이커리에선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터뷰 도중 빵집에서 만난 직장인 심은주(30·여)씨는 “일반 빵집에서 먹기 어려운 조리된 빵들이 있고, 언제 와도 항상 비슷한 신선도와 빵 맛을 유지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믿고 찾아오게 된다”며 소감을 전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코바야시 스스무(32, 사진). 한국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일본에서 건너온 이 겁 없는 제빵사는 고향을 떠나온 지 5년 만에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조리빵(기본빵 안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빵을 통칭)의 나라답게 일본식 조리빵의 끝을 한국인 소비자에게 맛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40~50대 남성들도 줄 서서 먹게 만드는 빵을 만들어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학교 인근 골목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그의 베이커리 '아오이토리'는 우리나라 말로 파랑새라는 뜻이다. 베이커리의 이름과 맞지 않게 그의 빵집 앞에는 이 집의 대표 빵인 '야키소바빵(볶음우동빵)'를 사러 온 한국인 소비자들로 북적댔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아내 혹은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온 이른바 아저씨 고객들이 많았다는 것인데, 보통 빵집의 주 고객이 20~30대 여성들인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딸의 손을 붙잡고 가게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이두일(45·서울 이문동)씨는 "평소에 빵을 좋아하는 편인데 일본인 제빵사가 직접 만드는 일본식 조리빵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직접 맛을 보러 왔다"며 "기존 조리빵과 달리 우동, 돈까스, 카레, 메론 등 특색 있는 재료들이 빵과 만났을 때 어떤 맛을 내는지 호기심이 커서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독특한 조리빵 덕에 오히려 한국으로 건너온 뒤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그를 지난 17일 홍대 아오이토리에서 만났다.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건 일본의 대중적인 빵으로 알려져 있는 이 '야키소바빵'이 오로지 맛 때문에 한국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지였다. 그동안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했던 맛에 대한 일회성 호기심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13년차 제빵사인 코바야시 스스무 대표는 오히려 다른 곳에 비결이 있다고 털어놨다.
"야끼소바빵은 특이한 빵이 아닙니다. 일본에선 어느 베이커리에나 있을 정도고,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미 일본에 여행을 가서 이 빵을 경험한 한국인들도 많을 거고요. 오히려 경쟁력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신선도 그리고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있습니다. 특히 저는 희한한 모양에 관심을 보였던 소비자가 가격 때문에 단골이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고 있어요."
그는 재료의 풍성함과 신선도, 저렴한 가격 등을 비결로 꼽았지만 3년째 고객들을 줄 세우고 있는 비결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출근 시간을 공략한다"는 말이 더 와 닿았다. 코바야시 스스무 대표의 출근 시간은 새벽 4시다. 그의 베이커리 아오이토리는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오픈과 동시에 야끼소바빵, 새우카츠버거, 치킨카라아게샌드, 메론빵 등 이 빵집의 대표 메뉴들을 구매할 수 있다. 보통 우리나라 빵집 오픈 시간이 오전 9시 이후인 점, 가장 많은 빵이 나오는 시간대가 정오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일본인 제빵사의 시계는 조금 빠른 셈이다.
"일본 제빵업계는 보통 새벽 1시에 출근을 합니다. 일본에선 아침식사를 빵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한국보다 많기 때문에 아침 식사빵 수요가 커요. 베이커리들이 보통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데 그때 빵을 판매할 수 있으려면 4~5시간 전에는 출근을 해야 합니다. 빵을 발효시키고 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새벽 4시에 출근하는 제빵사를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아침식사를 갓 나온 조리빵으로 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아오이토리의 또 다른 점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밤 10시에 방문을 했는데도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었다"는 후기가 인터넷 블로그에 넘친다. 이 대목에서 그는 "문을 열어 놓으면 누군가는 찾아온다"고 말했다. 보통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에선 한 밤에는 빵을 구매하러 오는 수요가 많지 않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역시 일본 제빵업계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 제빵업계로 와서 가장 다르게 느꼈던 것은 개인 베이커리들의 휴무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거의 연중무휴로 빵집을 운영합니다. 아오이토리도 매해 1월1일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일본 제빵업계가 프랜차이즈 빵집의 시대에서 개인 베이커리의 시대로 넘어가 개인 제빵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쉬게 되면 고객들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지요." 베이커리의 부지런함이 이 빵집에 고객이 끊이질 않는 비결이라면 그들을 단골로 만드는 데는 재료가 주는 힘이 크다. 야키소바빵을 비롯해 이 베이커리에는 명란을 사용한 명란바게뜨, 감자 양파 돼지고기로 만든 고로케샌드, 통살새우를 사용한 새우카츠버거, 빵 속에 말차크림을 넣은 말차멜론빵, 닭고기가 들어간 치킨카라아게샌드 등 보통 빵의 재료로 생각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사용한다. 이들 재료는 밀가루에 수분을 침투시켜 빵을 곧잘 변질시키기 때문에 제조한 뒤부터 소비자들의 입 속에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체될수록(판매가 더뎌질수록) 빵맛은 변하고 재료들도 신선도를 잃기 때문이다.
"야키소바나 러스크(빵을 얇게 썰어 오븐에 구워낸 제과) 종류의 빵들은 일본에선 대중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따로 각인시킬 필요가 없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어느 정도 소비자들이 이 빵들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엔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빵을 소비하는 큰 흐름이 조리빵 쪽으로 가는 것이 일본의 사례입니다. 한국에서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소시지빵 하나로는 만족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재료의 풍성함은 어느 빵집이나 큰 무기다. 다만 비용에 대한 부담 탓에 개인 베이커리에선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터뷰 도중 빵집에서 만난 직장인 심은주(30·여)씨는 “일반 빵집에서 먹기 어려운 조리된 빵들이 있고, 언제 와도 항상 비슷한 신선도와 빵 맛을 유지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믿고 찾아오게 된다”며 소감을 전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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