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기업 노동이사제'는 헌법에 위배"..."법률에 근거 없고 자유시장경제 부정 … 공공부문 개혁 불가능"
서울시가 내년부터 통합 지하철공사를 비롯한 산하기관에 도입할 예정인 노동이사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경제민주화 정착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본지 2월5일자 A8면 참조

시민사회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독일은 헌법에 사회적 경제 기본이념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헌법 119조 1항에 자유시장경제체제임을 선언하고 있다”며 “노동이사제는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입법론적으로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영·관리)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통합공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로 지하철 노사와 합의했다. 통합공사 이사회에 비상임 노동이사 두 명이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공기업에서 근로자를 경영주체로 인정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 정착을 위해 노조의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가 밝힌 도입 배경이다.

전 교수는 “독일은 고도성장을 달성한 1960년대 전후 법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보장했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한 1990년대 이후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자 하르츠개혁을 통해 근로자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이사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전 교수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으로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의 의사결정 지연 △전문성이 높은 사람보다 노조 지지를 받는 사람이 최고경영자로 승진할 가능성 △외국 자본의 직접 투자 감소 등을 꼽았다.

최완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 상당수가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현실에서 노조에 경영권 참여를 허용하면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노동 경직성을 높이는 노동이사제는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건전한 노사문화를 이루기 위해선 노동이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연하거나 경쟁력을 저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상위법에 위배되는지 법률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 노동이사제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 노동이사는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독일,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