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양지병원 병원장(가운데)과 의료진이 입원 환자들이 바둑 두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양지병원 제공
김상일 양지병원 병원장(가운데)과 의료진이 입원 환자들이 바둑 두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양지병원 제공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화제가 되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기원과 바둑학원에 수강문의가 크게 늘고 바둑 관련 서적 판매가 50%나 증가했을 정도다. 바둑과 정신건강 간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바둑은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놀이이자 대표적인 두뇌 스포츠다. 두뇌계발과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바둑을 두는 사람의 뇌 영상을 분석해 ‘바둑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바둑은 시공간 파악능력, 주의, 집중 유지능력, 판단력 등 전두엽 기능을 골고루 자극할 수 있다”며 “치매 예방 및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둑, 뇌 기능 향상에 도움

바둑은 흑돌과 백돌을 바둑판 위에 번갈아 두면서 ‘집’을 많이 짓도록 경쟁하는 게임이다. 게임을 할 때 시공간 파악능력과 주의력, 집중력이 필요하다. 바로 전 자신이 돌을 둔 자리를 기억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작업기억, 판단력, 실행기능 등도 필요한 게임이다. 이 때문에 바둑을 오래 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서적 문제를 처리하고 직관적 판단을 하는 뇌 기능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은 긴 시간 대국이 진행된다. 이 기간 크고 작은 좌절을 견뎌야 하고 상대에 따라 바뀌는 수만 가지 경우의 수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속적으로 문제해결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바둑을 두면 손으로 바둑돌을 집고 놓는 행동을 통해 미세운동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손 움직임에 따라 뇌 기능을 자극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뇌의 전두엽 기능을 고루,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뇌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퇴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꾸준히 바둑을 즐기면 자연스럽게 뇌 운동을 할 수 있다. 기억력 판단력 구상력 등도 유지할 수 있다.

○지나친 집착, 스트레스 일으켜

뇌 건강에 도움되는 바둑이지만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면 스트레스만 늘 수 있다. 승패에 집착하면 혈압에 영향을 주고 정신적·육체적 피로도 심해진다. 지나친 속기는 두뇌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바둑을 즐기는 사람은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장은 “바둑은 절제력, 자제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뇌 기능 발달과 정신건강에 좋다”며 “다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일을 피하고 적절히 즐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바둑판 앞에 앉아 있으면 무리한 운동을 한 것처럼 어깨가 아파질 수도 있다. 흔히 ‘담이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근막동통증후군’ 증상이다. 주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 생긴다. 통증이 며칠에서 몇 달 동안 계속될 수 있다. 바둑을 평생 취미로 건강하게 즐기려면 잘못된 자세를 교정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는 의자에 깊숙이 대고 등받이에 허리를 밀착시켜야 한다. 다리를 꼬거나 손으로 턱을 받히고 앉으면 한쪽으로 신체 하중이 집중될 수 있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 습관도 지녀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번은 기지개를 켜고 목을 앞뒤로 움직여 목과 어깨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김형건 인천힘찬병원 진료부장은 “통증이 있을 때 목 양옆과 뒤, 어깨 근육을 주물러 주면 시원해지는데 수축된 근육이 마사지로 풀리기 때문”이라며 “스트레칭을 통해 어깨 근육 조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