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180도 다른 서울대와 연세대의 '수능영어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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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0점차→4점차 vs 연세대 1점차→5점차
등급점수 대학마다 제각각… 수험생 혼란 불보듯
등급점수 대학마다 제각각… 수험생 혼란 불보듯
한 가지 가정과 질문을 해보자. 대학 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에서 수험생 A는 100점, B는 0점, C는 90점, D는 89점을 받았다. 대입 정시모집에서 A와 B는 서울대에, C와 D는 연세대에 지원했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놀랍게도 점수차가 100점이나 나는 B가 A를 누르고 서울대에 합격할 확률이, 단 1점차에 불과한 D가 C를 제치고 연세대에 합격할 확률보다 높다. 극단적 사례지만 대학들이 검토 중인 수능 영어 환산점수 방식을 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고2가 응시하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영어의 대학별 성적 반영방식이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절대평가 방식에선 영어 원점수 90~100점이 1등급에 속한다. 80점대는 2등급, 70점대는 3등급 식으로 분류된다. 20점 미만의 9등급이 최하 등급이다. 대학들은 수험생을 평가할 때 각 등급에 따라 자체 환산점수를 부여한다.
서울대는 등급간 격차를 0.5점씩만 두기로 했다. 영어 100점인 A와 0점인 B가 서울대에 응시했을 때 실제 격차는 4점밖에 나지 않는다. 영어에서 100점차가 나도 B가 수학 4점짜리 한 문항만 더 맞으면 둘은 동점이 된다.
연세대는 영어를 무력화했다고 평가받는 서울대와 다른 전략을 택했다. 등급별로 5점차를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90점을 받아 1등급인 C와 89점으로 2등급인 D의 실제 점수차는 5점차로 벌어진다.
즉 서울대는 원점수 100점차가 환산점수 4점차로 줄어드는 반면 연세대는 1점차가 5점차로 늘어나는 셈이다. 수험생 입장에서 풀이하면 이렇다. 서울대는 사실상 영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연세대는 영어 1등급이 아니면 합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입시제도 설계가 개별 대학의 권한임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소위 명문대들이 이처럼 180도 다른 방식을 들고 나온다면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현실에서 수험생은 이들 대학 입학전형을 함께 준비한다. 택일하기 힘든 구조다. 과연 수험생은 서울대의 영어 ‘과소평가’와 연세대의 ‘과대평가’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더욱이 절대평가 방식 수능 영어가 얼마나 쉽게 출제될지도 확실치 않다. “쉽게 내겠다”는 교육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그간 수능출제본부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기억이 상당하다.
결과적으로 첫 절대평가 방식 출제라는 불확실성에 대학별로 제각각 점수를 산정하는 중대변수가 겹친 꼴이 됐다.
지난 2014년 말 교육부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학생간 서열을 중시하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은 성적 무한경쟁을 초래한다.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점수 1~2점을 더 받기 위한 경쟁이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정책에서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현실을 수없이 목격했다. 행위자의 행동반경은 곧잘 예상범위를 넘어섰다.
대학들은 수능 영어 반영방식을 포함한 안을 확정해 31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 당국의 쉬운 수능 기조는 ‘예측가능한 입시제도’를 동반할 때 비로소 약효를 낼 수 있다. 항상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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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놀랍게도 점수차가 100점이나 나는 B가 A를 누르고 서울대에 합격할 확률이, 단 1점차에 불과한 D가 C를 제치고 연세대에 합격할 확률보다 높다. 극단적 사례지만 대학들이 검토 중인 수능 영어 환산점수 방식을 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 고2가 응시하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영어의 대학별 성적 반영방식이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절대평가 방식에선 영어 원점수 90~100점이 1등급에 속한다. 80점대는 2등급, 70점대는 3등급 식으로 분류된다. 20점 미만의 9등급이 최하 등급이다. 대학들은 수험생을 평가할 때 각 등급에 따라 자체 환산점수를 부여한다.
서울대는 등급간 격차를 0.5점씩만 두기로 했다. 영어 100점인 A와 0점인 B가 서울대에 응시했을 때 실제 격차는 4점밖에 나지 않는다. 영어에서 100점차가 나도 B가 수학 4점짜리 한 문항만 더 맞으면 둘은 동점이 된다.
연세대는 영어를 무력화했다고 평가받는 서울대와 다른 전략을 택했다. 등급별로 5점차를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90점을 받아 1등급인 C와 89점으로 2등급인 D의 실제 점수차는 5점차로 벌어진다.
즉 서울대는 원점수 100점차가 환산점수 4점차로 줄어드는 반면 연세대는 1점차가 5점차로 늘어나는 셈이다. 수험생 입장에서 풀이하면 이렇다. 서울대는 사실상 영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연세대는 영어 1등급이 아니면 합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입시제도 설계가 개별 대학의 권한임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소위 명문대들이 이처럼 180도 다른 방식을 들고 나온다면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현실에서 수험생은 이들 대학 입학전형을 함께 준비한다. 택일하기 힘든 구조다. 과연 수험생은 서울대의 영어 ‘과소평가’와 연세대의 ‘과대평가’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더욱이 절대평가 방식 수능 영어가 얼마나 쉽게 출제될지도 확실치 않다. “쉽게 내겠다”는 교육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그간 수능출제본부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기억이 상당하다.
결과적으로 첫 절대평가 방식 출제라는 불확실성에 대학별로 제각각 점수를 산정하는 중대변수가 겹친 꼴이 됐다.
지난 2014년 말 교육부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학생간 서열을 중시하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은 성적 무한경쟁을 초래한다.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점수 1~2점을 더 받기 위한 경쟁이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정책에서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현실을 수없이 목격했다. 행위자의 행동반경은 곧잘 예상범위를 넘어섰다.
대학들은 수능 영어 반영방식을 포함한 안을 확정해 31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교육 당국의 쉬운 수능 기조는 ‘예측가능한 입시제도’를 동반할 때 비로소 약효를 낼 수 있다. 항상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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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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