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은 그런 제도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최저임금 인상을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그제 “근로자 간 소득 불평등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을 중산층(가계소득 순위 25~75%)의 하위권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시간당 6030원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연평균 8~9%씩 올리면 4년 안에 시간당 9000원 수준이 된다고 새누리당은 설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니 여야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경제전문가라는 강봉균 위원장이 최저임금 인상을 꺼내든 건 실망스럽다. 최저임금은 이미 2001년 이후 연평균 8.8%씩 오르면서 나라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지운 제도다. 노동계가 전국 사업장 현장임금을 올리는 전략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면서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전체 근로자의 비중을 ‘최저임금 영향률’이라고 부르는데 올해 18.2%로 높아졌다. 임금근로자 1877만명 가운데 무려 342만명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라 새로운 시급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최하위 임금 근로자의 기본급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라 오르고, 이후 사내 상위계층 임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요약하면 올해 전국 각 사업장은 최저임금인상률(8.1%)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서 임금협상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최저임금은 기업들이 경영이 나빠도 안 지킬 수 없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업의 고통은 이뿐만 아니다. 실제 지급하는 임금 가운데 최저임금으로 산입(算入)해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여금, 근속수당, 연장·휴일·야간 근로수당, 가족수당, 급식수당, 통근수당 등은 최저임금으로 계산해주지 않는다. 회사가 종업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비는 물론 기숙사 주택제공 통근차량운행 등 복리후생지원비도 최저임금에 넣지 않는다. 이러니 최저임금 대상자이면서도 연봉 4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현장에선 허다하다. 기업주가 납득을 하겠는가.

올해 영향률 18.2%는 높은 최저임금정책을 유지해온 프랑스(10.8%)에 비해서도 높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일본(7.4%) 영국(5.3%) 미국(3.9%)의 2~4배가 넘는다. 2001년 2.1%이던 영향률이 15년 만에 세계 최고가 된 것은 노동계의 전략과, 정부와 정치권의 방조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본래 의미의 최저임금제 조차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건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상식이다. 정부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년 전 최저임금적용 대상이 됐던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량해고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덕적 당위를 얘기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저임금만은 좀 올려줘야 한다”고 쉽게 말한다. 최저임금제는 그런 제도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한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몇개 주는 식당종업원 해고, 음식값 인상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쌓아가고 있다. 또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영국은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는 복지를 대폭 삭감하는 전체적인 복지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는 복지대로 늘려주고 최저임금은 또 그것대로 인상하는 것은 시장임금 체계에 깊은 부작용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되고, 198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성된 지 30년 가까이 됐다. 최저임금제는 손볼 때가 된 제도이지 경제정당이 내세울 공약이 아니다.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뺏고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이며 오히려 기존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괴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임금은 기업이 주고, 사업자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비용 기준을 약속하는 나쁜 버릇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