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자연의 색 그대로 재현하는 차세대 소재 기술 '퀀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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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창희 서울대 교수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이 TV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SUHD(슈퍼초고화질) TV를 내놓으면서다. 삼성전자의 퀀텀닷 TV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채택한 LG전자 TV와 프리미엄 TV 시장을 두고 겨루게 됐다. 퀀텀닷은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미세 반도체 입자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1㎚는 10억분의 1m다.
퀀텀닷 기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는 이창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꼽힌다.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TV 분야 원천기술에 대한 한국 산업계의 오랜 갈증을 퀀텀닷 기술이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퀀텀닷 기술이 지니는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퀀텀닷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퀀텀닷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효율이 매우 높은 반도체 소재입니다.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재현할 수 있어 TV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색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TV 디스플레이에서는 빨간색을 나타내더라도 빨간색에 가까운 주변의 여러 가지 색이 뒤섞였습니다. 퀀텀닷이 내는 빛의 파장은 기존 형광체 소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가장 순수하고 선명한 색 재현이 가능합니다.”
▷퀀텀닷은 언제 개발된 기술입니까.
“퀀텀닷이라는 이름은 현대에 들어와 생겼지만 기술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서양 중세시대에 지어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대표적입니다. 유리에 들어간 금속이 나노 입자화되면서 유리를 통과한 빛이 시간과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선명한 색을 내는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의 원리죠. 구체적인 원리가 밝혀진 것은 1970년대 이후입니다.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위기가 높아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퀀텀닷의 원리가 밝혀졌습니다. 2000년 이후에 퀀텀닷을 원하는 크기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며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색 재현력 외에 퀀텀닷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TV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30% 적은 에너지로 같은 밝기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습니다. 적은 전력을 들이고도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것이죠.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다이내믹레인지(HDR)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HDR은 프리미엄 TV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색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명암 위주로만 인식할 수 있는데, 최근에 나온 퀀텀닷 TV는 일반 TV보다 두세 배 밝은 빛의 색까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확한 색 표현력이 더해지면 기존 TV에서는 볼 수 없던 색까지 표현하는 게 가능합니다. 무기물 소재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내구성이 강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유해물질인 카드뮴을 원료로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생산했습니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생산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TV에는 카드뮴을 원료로 한 퀀텀닷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TV는 세계 최초로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됐습니다. 국내 기업이 확보한 기술력이 그만큼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얘기죠. 이 같은 흐름에 다른 기업들도 동참해 친환경 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봅니다.”
▷퀀텀닷 소재가 앞으로 어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이미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퀀텀닷이 핵심 원천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퀀텀닷의 활용 가능성은 디스플레이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퀀텀닷과 관련한 연구는 초기에 바이오 쪽을 중심으로 많이 이뤄졌으며 디스플레이 쪽으로 옮겨온 것은 최근입니다. 퀀텀닷의 크기가 단백질 등 생체 분자와 비슷해 약물 진단이나 바이오 소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애초에 퀀텀닷 작동 원리를 발견한 태양 전지 분야에서도 상당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한 파장의 태양광을 흡수해 에너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퀀텀닷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퀀텀닷 기술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한편 삶의 모습을 바꿀 원천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퀀텀닷
quantum dot. 지름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결정물질로 특이한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지니는 입자를 말한다. 똑같은 물질이라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른 길이의 빛 파장을 발생시켜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으며 색 순도와 광 안정성도 높아 차세대 발광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TV와 태양광발전, 바이오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퀀텀닷 기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는 이창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꼽힌다.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TV 분야 원천기술에 대한 한국 산업계의 오랜 갈증을 퀀텀닷 기술이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퀀텀닷 기술이 지니는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퀀텀닷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퀀텀닷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효율이 매우 높은 반도체 소재입니다.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재현할 수 있어 TV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색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TV 디스플레이에서는 빨간색을 나타내더라도 빨간색에 가까운 주변의 여러 가지 색이 뒤섞였습니다. 퀀텀닷이 내는 빛의 파장은 기존 형광체 소재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가장 순수하고 선명한 색 재현이 가능합니다.”
▷퀀텀닷은 언제 개발된 기술입니까.
“퀀텀닷이라는 이름은 현대에 들어와 생겼지만 기술 자체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서양 중세시대에 지어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대표적입니다. 유리에 들어간 금속이 나노 입자화되면서 유리를 통과한 빛이 시간과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선명한 색을 내는 것이 스테인드글라스의 원리죠. 구체적인 원리가 밝혀진 것은 1970년대 이후입니다.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위기가 높아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퀀텀닷의 원리가 밝혀졌습니다. 2000년 이후에 퀀텀닷을 원하는 크기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며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색 재현력 외에 퀀텀닷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TV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30% 적은 에너지로 같은 밝기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습니다. 적은 전력을 들이고도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것이죠.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다이내믹레인지(HDR)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HDR은 프리미엄 TV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색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명암 위주로만 인식할 수 있는데, 최근에 나온 퀀텀닷 TV는 일반 TV보다 두세 배 밝은 빛의 색까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확한 색 표현력이 더해지면 기존 TV에서는 볼 수 없던 색까지 표현하는 게 가능합니다. 무기물 소재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내구성이 강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유해물질인 카드뮴을 원료로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생산했습니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생산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TV에는 카드뮴을 원료로 한 퀀텀닷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TV는 세계 최초로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됐습니다. 국내 기업이 확보한 기술력이 그만큼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얘기죠. 이 같은 흐름에 다른 기업들도 동참해 친환경 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봅니다.”
▷퀀텀닷 소재가 앞으로 어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이미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퀀텀닷이 핵심 원천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퀀텀닷의 활용 가능성은 디스플레이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퀀텀닷과 관련한 연구는 초기에 바이오 쪽을 중심으로 많이 이뤄졌으며 디스플레이 쪽으로 옮겨온 것은 최근입니다. 퀀텀닷의 크기가 단백질 등 생체 분자와 비슷해 약물 진단이나 바이오 소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입니다.
애초에 퀀텀닷 작동 원리를 발견한 태양 전지 분야에서도 상당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한 파장의 태양광을 흡수해 에너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퀀텀닷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퀀텀닷 기술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한편 삶의 모습을 바꿀 원천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퀀텀닷
quantum dot. 지름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결정물질로 특이한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지니는 입자를 말한다. 똑같은 물질이라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른 길이의 빛 파장을 발생시켜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으며 색 순도와 광 안정성도 높아 차세대 발광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TV와 태양광발전, 바이오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