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기회의 땅'…200조 프로젝트 나온다"
“한국 기업은 오래전부터 이란에서 좋은 이미지와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 의지가 있는 한국 중견기업들이 이란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 대사(사진)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최로 열린 ‘이란 경제제재 이후 전략적 이란 시장 진출 방안 모색’ 조찬 강연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으로 양국 우호관계가 굳건해질 것”이라며 “한국 중견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취임한 타헤리안 대사는 이란 외교부의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힌다.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약 4년9개월간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대리대사로 일했다. 1992년부터 1년간 북한 주재 이란 대사를 지내고, 이란 외무부의 극동·오세아니아지역 담당 국장을 맡는 등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인연이 깊다.

이란 테헤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휴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세 자녀 중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은 첫 번째 서울 근무 시절에 태어났다. 막내아들은 이란 기업의 서울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중견기업계가 이란 시장 진출로 ‘제2의 중동 붐’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했다. 타헤리안 대사는 중견기업들에 이란이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에서 향후 5년간 석유 천연가스 분야에서만 1850억달러(약 210조500억원) 규모의 50여개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교통, 제약·의료 분야 등에서도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타헤리안 대사는 “한국은 ICT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란의 공장 설비 현대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이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기술적인 투자를 모두 해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이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합작회사(JV) 설립을 위한 신뢰성 있는 투자 파트너 발굴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이 더 활발하게 이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타헤리안 대사는 강연 직후 제조업 중심의 이란 인프라 시장 진출 등을 주제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이 “이란 시장에 진출해서 수익을 내면 한국에 가져올 수 있느냐”고 묻자 타헤리안 대사는 “외국인 투자보호증진 관련법이 있어 투자 규모 제약 없이 배당과 이익을 본국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더 많은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게끔 법과 제도를 유연하게 바꾸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