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상범 SK엔카닷컴 대표(46·사진)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근무한 전략·기획통이다. 맥킨지 전략 및 금융 부문 아시아 대표를 지내다가 2012년 옛 SK C&C(현 SK주식회사) 기획본부장으로 영입됐다. SK C&C 자회사이던 SK엔카에서 2014년 4월 중고차 온라인 오픈마켓을 분리해 SK엔카닷컴이 출범한 뒤 그해 말 대표로 전격 선임됐다. 김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중고차 시장에서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토양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호주 카세일즈닷컴과 공동으로 SK엔카닷컴을 설립한 지 2년이 됐습니다.

“SK엔카닷컴 하면 여전히 중고차 매매 업체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회사 직원 150여명 중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말입니다. 인력의 대부분이 IT 전문가입니다. SK엔카닷컴은 IT회사입니다. 온라인 광고와 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지요. 물론 SK주식회사 C&C의 사업부인 SK엔카 직영몰은 아직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지요. 양쪽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2014년 4월 분리한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IT회사로서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처음 회사에 왔을 때 모바일 관련 인력이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10명으로 늘었습니다. 사이트에 등록된 매물도 과거에 비해 20% 증가했습니다. 사이트를 찾는 개인 고객이나 딜러 수도 꽤 늘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잡플래닛과 포춘코리아가 주관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 최우수상도 받았습니다. 회사 안팎에서 그동안의 노력을 조금씩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떤 서비스가 주효했다고 봅니까.

“진단 및 보증 서비스입니다. 중고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레몬 마켓(개살구 시장)’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혼탁해지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보면 속지 않고 중고차 사는 법 같은 정보가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제대로 된 차량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SK엔카닷컴은 전문가들이 직접 차량을 검증해 인증해 줍니다. 헛걸음 보상 제도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미끼 상품이나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직접 가보면 딴판인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보상하는 것이죠. 이처럼 시장 질서를 투명하게 하는 데 SK엔카닷컴이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요즘 빅데이터 활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SK가 처음 중고차 매매 사업을 시작한 게 2000년입니다. 15년 이상 쌓인 중고차 실거래 데이터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도록 하는 소중한 자산이지요.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산정하거나 렌터카 회사가 렌털료를 책정할 때, 캐피털사가 할부금융 금리를 결정할 때도 중고차 시세는 꼭 필요한 자료입니다. 그러나 시중에 이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신뢰성 있는 데이터는 오직 SK엔카닷컴만이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점유율은 어느 수준인가요.

“전체 중고차 거래의 30~50%가 SK엔카닷컴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친인척을 통해 매매하거나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노인 등을 제외하면 실제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온라인, 모바일 중고차 거래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딜러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유통 단계가 줄어들수록 소비자 편익이 높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중고차 유통을 담당해온 딜러들의 생계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겠습니까. 중고차 시장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이유로는 크게 불합리와 비효율,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불합리는 한마디로 사기를 치는 것이죠. 침수차를 무사고 차량으로 속여서 파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요소들은 빨리 척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수요 및 공급의 불일치로 여러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에 대해서는 단칼에 없애기보다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게 바람직한 측면도 있습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타이어 가격을 한눈에 비교해 보고 무료 배송 및 장착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SK엔카 타이어’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했습니다. 개당 수십만원 하는 타이어 가격도 유통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를 제대로 비교해 보고 구입하는 소비자는 적죠. 고객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 비양심적인 정비소도 많이 경험했을 겁니다. 타이어뿐만 아닙니다. 차량 구매, 할부금융, 세차, 정비, 매각 등 전체 자동차 생활의 편의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내놓을 계획입니다.”

▷최근 이쪽 분야로 뛰어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시장에 존재하는 불합리와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굳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나눌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편법이나 탈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기업의 규모를 떠나 각자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우버 등 차량공유 기업이 성장하면서 중고차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자동차가 지니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는 나와 가족이 머무는 제2의 집과 같은 성격입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공간을 다른 사람과 함부로 공유할 수 없는 것이죠. 100% 자율주행차 시대가 온다면 또 모를까. 그전까지는 자동차 소유가 주는 가치와 즐거움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트렌드에 둔감해서는 안 되지만 과도하게 호들갑을 떨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열사인 SK텔레콤, SK플래닛에서도 플랫폼이나 O2O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만.

“영역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SK플래닛이 운영하고 있는 오픈마켓인 11번가는 다양한 상품 구색으로 승부한다면 SK엔카닷컴은 그보다 좁은 특정 영역에서 깊게 파고드는 ‘버티컬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11번가에서는 주로 공산품과 같은 표준화된 상품을 취급한다면 중고차는 차종이나 연식,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전략을 쓸 수가 없죠.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할 만한 지점이 넓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까.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인력이 크게 부족합니다. 연말까지 5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지만 괜찮은 IT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나라는 있지만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진입하느냐는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업계 선두주자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까.

“기존 중고차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을 벗을 수 있도록 과거 관행을 혁파하는 것입니다. 양화가 악화를 구축할 수 있는 토양을 닦아야 합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딜러와 개인 고객에게 보상해주고 악덕한 업자를 과감하게 퇴출해야 합니다. SK엔카닷컴은 그럴 만한 힘도,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