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훈수꾼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와 혼란스럽다. 정치권과 정부, 구조조정에 관계된 채권단과 해당 기업관계자들까지 나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백가쟁명식 논쟁을 벌이는 양상이어서 이러다간 구조조정이라는 배가 기어이 산으로 올라가게 생겼다.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 문제가 정치적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구조조정은 하지도 못한 채 아까운 국민 세금만 잔뜩 퍼붓는 엉뚱한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정치권이 내놓는 구조조정 주장들을 보면 그럴 개연성이 농후하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저마다 부대조건을 달고 있어 구조조정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기업 구조조정 문제는 정치권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경제적 관점에서 차분하게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그런 전문가 집단조차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더 혼란스럽다. 정직한 주장을 내놓기보다 직역이기주의와 업종, 산업만 대변하는 데 사로잡힌 듯한 모습이다. 이른바 ‘해운동맹론’만 해도 그렇다. 해운동맹이 ‘빅2’로 재편되는 과정이어서 국내 선사가 이에 끼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논리다. 물론 일리가 없지 않은 주장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논리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국적선사론’도 마찬가지다. 농업에서의 식량안보론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한국에서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늘 겉도는 데는 구조조정이 상시로 이뤄질 시장 메커니즘이 없는 탓이 크다. 문제가 터지면 시장 대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이른바 ‘보이는 손’이 해결사로 등장하다 보니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도덕적 해이가 판치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국책은행까지 동반 부실화해 더욱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확고히 하고, 시장 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더 전문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