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투자, 눈앞의 이익 없지만 혁신 이끄는 '확실한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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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경영학 <5> IT 투자는 효과가 있는가
IT는 돈 들여도 성과 없다?
기업의 경제적 이익보다
편의성·상품 다양성 등 마케팅·생산에 간접적 기여
불황일수록 IT에 공들여야
IT자원 습득 비용 많지만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소
아마존·구글 등 지속적 투자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
IT는 돈 들여도 성과 없다?
기업의 경제적 이익보다
편의성·상품 다양성 등 마케팅·생산에 간접적 기여
불황일수록 IT에 공들여야
IT자원 습득 비용 많지만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소
아마존·구글 등 지속적 투자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
정보기술(IT)은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업들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영역이다. 미국의 경우 포천 500대 기업의 투자 중 35%가 IT 투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IT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경우 경상경비를 제외하고 투자 비중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IT를 담당하지 않는 많은 최고경영자(CEO), 마케팅 등 다른 분야 임원들은 ‘투자는 많이 하지만 성과는 없는 부문’이 IT 부문이라고 불평한다.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은 IT부문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도 실제 뚜렷한 성과가 관찰되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데 많은 경제학자와 실무자들이 이런 모순된 현상을 지적,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IT 투자의 성격에 대한 일반 경영인들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니스 바코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실린 서평에서 생산성 역설이 나타나는 몇 가지 이유를 열거하고 있다.
첫째, ‘성과의 잘못된 측정 문제(Mismeasurement)’다. IT에 의한 효과는 수익 등 일반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편의성 증가나 상품의 다양성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계적 성과로 잡히지는 않지만, 이런 가치는 매우 크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아마존이 책의 판매 가격을 낮춤으로써 경제에 공헌한 효과 대비 책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공헌한 경제적 효과가 7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IT는 전자상거래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케팅, 생산 등 여러 기업부문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부서다. 따라서 그 효과는 기업 수준의 이익 등 ‘성과’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며 마케팅, 생산 등의 부문에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연유로 IT의 직접적 공헌량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IT부문의 지원과 결합해 성과를 낸 많은 부서와 부서장들은 본인들의 실적 평가에서는 IT부문의 공헌을 최소화해서 언급하고, 자신의 부서에 나타난 성과의 대부분을 자신과 자기 부서의 성과로 주장하거나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IT부문 성과 측정에 편향(bias)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잘못된 경영 문제(Mismanagement)’다. 전문가들은 IT 투자의 성공 확률이 50%밖에 안 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IT투자는 연구개발(R&D) 투자처럼 결과가 불투명한 위험한 투자로서의 성격이 있으며, 생산적이지 않고 낭비적인 투자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매우 놀라운 긍정적 성과와 함께 심지어는 손실을 초래하기도 하는 성과가 혼합돼 나타나기 때문에 통계분석에서 양(+)의 결과가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셋째, ‘투자와 성과 발현 사이의 시간차 현상(Diffusion Delay)’이다. 투자된 정보시스템과 기술은 조직에 흡수돼 성과로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성과 발현 소요기간이 일정치 않은 IT 투자를 바로 앞 단기 성과와 연결시켜 성과를 측정하고자 하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넷째, ‘자본축적 이론(Capital Stock Theory)’이다. 경제학자 대니얼 시첼은 IT에 대한 투자가 많이 됐다고는 하지만 축적된 자산에 비해서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IT 자산이 빨리 상각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더욱 현재 자산에서의 비중이 작아 쉽게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런 이유들로 IT는 투자 효과가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는 한다. 미국 언론인 니컬러스 카는 저서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를 통해 “IT는 전기처럼 누구나 쉽게 언제든 쓸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지 않으며, 컴퓨터를 활용하는 지식과 기술은 쉽고 누구나 알고 있다는 현실에 기반해 IT 전문가나 전공자도 그 필요성이 줄어드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가 간과한 것은 컴퓨터나 휴대폰과 같은 IT 자산(IT asset)이 IT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IT자산은 구매가 매우 쉽지만, 이것이 기업의 인적 자원 등과 결합해 기업이라는 몸의 일부가 되는 IT자원(IT resources)을 습득하는 것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오랜 세월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IT자원은 기업이 체화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번 습득하면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비교우위를 획득하고 유지하게 해준다. 또 그 반대인 비교열위의 이유로도 IT 투자는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주변의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은행들이 현금인출기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현금인출기를 도입했다고 해서 비교우위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은행이 현금인출기를 도입하지 않으면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경우 이 은행은 현금인출기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실증 연구에 의하면 인터넷뱅킹 도입이 미국 은행들의 성과에 음(-)의 효과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큰 비용을 들여 인터넷뱅킹에 뛰어들었지만 다른 은행들도 같이 도입해 성과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도입하는 한 인터넷뱅킹은 계속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IT는 이 이유만으로도 투자가 필요하며, 통계적으로 잡히는 수익과 같은 효과를 보여주지 않지만 기업의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투자가 된다.
한국 경제는 지금 깊고 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투자 침체 현상은 쉽게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대가인 슘페터도 주장했듯이 불황기에는 오히려 더 적극적인 IT 투자가 필요하다.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자태그(RFID) 기술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인 월마트,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아마존,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는 구글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IT 투자로 ‘IT근육’을 키우는 일에 열심이다.
한국 기업들도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패권을 잡고 경쟁할 기회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려보고, 이를 준비하는 기업의 혁신 엔진인 IT에 대한 투자와 활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IT 생산성은 기업의 활용능력에 비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하버드대 교수는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고, 많은 정보기술(IT)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생산성 관련 통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고 1987년 주장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후속 연구를 시행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에릭 브린졸프손 MIT 교수의 1996년 연구는 달랐다. 브린졸프손 교수는 기업의 수익 창출 효과와 관련해 IT의 생산성이 인사 등 다른 경영자원에 대한 투자보다 높은 투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이렇게 1980년대 대비 의미 있는 성과가 1990년대에 나타난 것은 그동안의 IT 발전과 우수 기업들의 IT 활용능력 발전에 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리다스 무코파디 카네기멜론대 교수 등의 1990년대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기업 전체 수준뿐만 아니라, 기업 세부 업무 프로세스에서 양(+)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었던 것은 IT에 의한 것임을 경영정보학자들은 실증적으로 입증해냈다.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
하지만 이렇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IT 투자의 성격에 대한 일반 경영인들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야니스 바코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실린 서평에서 생산성 역설이 나타나는 몇 가지 이유를 열거하고 있다.
첫째, ‘성과의 잘못된 측정 문제(Mismeasurement)’다. IT에 의한 효과는 수익 등 일반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편의성 증가나 상품의 다양성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계적 성과로 잡히지는 않지만, 이런 가치는 매우 크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아마존이 책의 판매 가격을 낮춤으로써 경제에 공헌한 효과 대비 책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공헌한 경제적 효과가 7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IT는 전자상거래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케팅, 생산 등 여러 기업부문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부서다. 따라서 그 효과는 기업 수준의 이익 등 ‘성과’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며 마케팅, 생산 등의 부문에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연유로 IT의 직접적 공헌량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IT부문의 지원과 결합해 성과를 낸 많은 부서와 부서장들은 본인들의 실적 평가에서는 IT부문의 공헌을 최소화해서 언급하고, 자신의 부서에 나타난 성과의 대부분을 자신과 자기 부서의 성과로 주장하거나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IT부문 성과 측정에 편향(bias)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잘못된 경영 문제(Mismanagement)’다. 전문가들은 IT 투자의 성공 확률이 50%밖에 안 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IT투자는 연구개발(R&D) 투자처럼 결과가 불투명한 위험한 투자로서의 성격이 있으며, 생산적이지 않고 낭비적인 투자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매우 놀라운 긍정적 성과와 함께 심지어는 손실을 초래하기도 하는 성과가 혼합돼 나타나기 때문에 통계분석에서 양(+)의 결과가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셋째, ‘투자와 성과 발현 사이의 시간차 현상(Diffusion Delay)’이다. 투자된 정보시스템과 기술은 조직에 흡수돼 성과로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성과 발현 소요기간이 일정치 않은 IT 투자를 바로 앞 단기 성과와 연결시켜 성과를 측정하고자 하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넷째, ‘자본축적 이론(Capital Stock Theory)’이다. 경제학자 대니얼 시첼은 IT에 대한 투자가 많이 됐다고는 하지만 축적된 자산에 비해서는 비중이 크지 않으며, IT 자산이 빨리 상각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더욱 현재 자산에서의 비중이 작아 쉽게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런 이유들로 IT는 투자 효과가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는 한다. 미국 언론인 니컬러스 카는 저서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를 통해 “IT는 전기처럼 누구나 쉽게 언제든 쓸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지 않으며, 컴퓨터를 활용하는 지식과 기술은 쉽고 누구나 알고 있다는 현실에 기반해 IT 전문가나 전공자도 그 필요성이 줄어드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가 간과한 것은 컴퓨터나 휴대폰과 같은 IT 자산(IT asset)이 IT의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IT자산은 구매가 매우 쉽지만, 이것이 기업의 인적 자원 등과 결합해 기업이라는 몸의 일부가 되는 IT자원(IT resources)을 습득하는 것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오랜 세월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IT자원은 기업이 체화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번 습득하면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비교우위를 획득하고 유지하게 해준다. 또 그 반대인 비교열위의 이유로도 IT 투자는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주변의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은행들이 현금인출기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현금인출기를 도입했다고 해서 비교우위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은행이 현금인출기를 도입하지 않으면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경우 이 은행은 현금인출기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실증 연구에 의하면 인터넷뱅킹 도입이 미국 은행들의 성과에 음(-)의 효과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큰 비용을 들여 인터넷뱅킹에 뛰어들었지만 다른 은행들도 같이 도입해 성과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이 도입하는 한 인터넷뱅킹은 계속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 IT는 이 이유만으로도 투자가 필요하며, 통계적으로 잡히는 수익과 같은 효과를 보여주지 않지만 기업의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투자가 된다.
한국 경제는 지금 깊고 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투자 침체 현상은 쉽게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대가인 슘페터도 주장했듯이 불황기에는 오히려 더 적극적인 IT 투자가 필요하다.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자태그(RFID) 기술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인 월마트,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아마존,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는 구글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IT 투자로 ‘IT근육’을 키우는 일에 열심이다.
한국 기업들도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패권을 잡고 경쟁할 기회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려보고, 이를 준비하는 기업의 혁신 엔진인 IT에 대한 투자와 활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IT 생산성은 기업의 활용능력에 비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하버드대 교수는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고, 많은 정보기술(IT)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생산성 관련 통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고 1987년 주장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후속 연구를 시행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에릭 브린졸프손 MIT 교수의 1996년 연구는 달랐다. 브린졸프손 교수는 기업의 수익 창출 효과와 관련해 IT의 생산성이 인사 등 다른 경영자원에 대한 투자보다 높은 투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이렇게 1980년대 대비 의미 있는 성과가 1990년대에 나타난 것은 그동안의 IT 발전과 우수 기업들의 IT 활용능력 발전에 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리다스 무코파디 카네기멜론대 교수 등의 1990년대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기업 전체 수준뿐만 아니라, 기업 세부 업무 프로세스에서 양(+)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었던 것은 IT에 의한 것임을 경영정보학자들은 실증적으로 입증해냈다.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