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빅데이터 한 번 해볼까?" 이런 접근, 십중팔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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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이후 빅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다량의 데이터를 잘 분석한 결과가 아주 뛰어난 인간이 직접 판단한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알파고 쇼크’를 받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전략을 짜보라거나 수익성 개선방안을 도출하라고 지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직원 역량 부족을 탓하며 실망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잘 보면 직원이 아니라 CEO가 데이터 기반 경영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따져보자. 많은 CEO가 빅데이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정보기술(IT) 담당 부서장 등을 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는 마케팅이나 영업과 같은 부서에 고객 데이터를 비롯해 여러 자료를 요청해 보지만 통일성이 없거나 오래된 엑셀파일 뭉치를 받는 일이 흔하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일성 있게, 충분한 양을 확보하려면 현업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협조해야 하는데, 대개는 ‘남의 일’일 뿐이다.
전문가도 없고, 예산도 배정되지 않는다. 외부에 일을 맡겨 보려 해도 목표와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프로젝트라 지시가 갈팡질팡한다. 화려한 파워포인트 보고서와 달리 알맹이는 부실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반을 갖추자고 해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칸이 잔뜩 있는 무슨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 그러나 현장에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를 못 느낀다. 용두사미로 끝난다. CEO의 실망은 더 커진다.
문제는 ‘빅’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서 무엇에 쓰겠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고도의 추천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혹은 산업현장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받는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하겠노라고 생각하면 헛손질하기 십상이다.
데이터 기반 경영의 가장 좋은 사례로 학계에서는 흔히 나이팅게일을 꼽는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그는 1859년 영국 왕립통계학회(RSS)의 첫 여성 회원이 된 통계학자다. 크림전쟁에서 전사한 군인의 사망 원인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서 조각난 원그래프로 제시한 그의 차트는 지금 봐도 세련됐다. 군인들이 전투에서 다쳐서가 아니라 비위생적인 병원에서 감염돼 죽어가고 있으며, 위생 상태를 개선하니 사망자가 감소했다는 메시지를 한눈에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차트를 이용해 나이팅게일은 병원의 위생 상태 개선에 사회적, 국가적 자원을 써야 할 필요를 설득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는 양이 많은 데이터일 뿐이다. 데이터 기반 경영의 본질은 나이팅게일 이후 150여년간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성실하게 모아서, 그 결과가 설령 일반적인 통념에 위배되더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비싼 장비나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 데이터를 이해할 준비가 된 CEO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그런데 대부분은 직원 역량 부족을 탓하며 실망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잘 보면 직원이 아니라 CEO가 데이터 기반 경영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따져보자. 많은 CEO가 빅데이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정보기술(IT) 담당 부서장 등을 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는 마케팅이나 영업과 같은 부서에 고객 데이터를 비롯해 여러 자료를 요청해 보지만 통일성이 없거나 오래된 엑셀파일 뭉치를 받는 일이 흔하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일성 있게, 충분한 양을 확보하려면 현업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협조해야 하는데, 대개는 ‘남의 일’일 뿐이다.
전문가도 없고, 예산도 배정되지 않는다. 외부에 일을 맡겨 보려 해도 목표와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프로젝트라 지시가 갈팡질팡한다. 화려한 파워포인트 보고서와 달리 알맹이는 부실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반을 갖추자고 해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칸이 잔뜩 있는 무슨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 그러나 현장에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를 못 느낀다. 용두사미로 끝난다. CEO의 실망은 더 커진다.
문제는 ‘빅’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서 무엇에 쓰겠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고도의 추천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혹은 산업현장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받는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하겠노라고 생각하면 헛손질하기 십상이다.
데이터 기반 경영의 가장 좋은 사례로 학계에서는 흔히 나이팅게일을 꼽는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그는 1859년 영국 왕립통계학회(RSS)의 첫 여성 회원이 된 통계학자다. 크림전쟁에서 전사한 군인의 사망 원인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서 조각난 원그래프로 제시한 그의 차트는 지금 봐도 세련됐다. 군인들이 전투에서 다쳐서가 아니라 비위생적인 병원에서 감염돼 죽어가고 있으며, 위생 상태를 개선하니 사망자가 감소했다는 메시지를 한눈에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차트를 이용해 나이팅게일은 병원의 위생 상태 개선에 사회적, 국가적 자원을 써야 할 필요를 설득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는 양이 많은 데이터일 뿐이다. 데이터 기반 경영의 본질은 나이팅게일 이후 150여년간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성실하게 모아서, 그 결과가 설령 일반적인 통념에 위배되더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비싼 장비나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 데이터를 이해할 준비가 된 CEO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