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의 영업 환경은 악화일로인데도 세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 세제 담당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법인세 신고액이 지난해보다 많아졌다고 답한 비율이 61.5%나 됐다.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18.0%, 줄었다는 20.5%였다. 법인세 신고액이 10% 이상 늘었다는 응답만도 37%나 됐다.

기업들이 장사가 잘돼 매출과 순익이 늘어 세금을 많이 낸다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 기업의 실적이 뒷걸음질하는데 세금은 오히려 더 낸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54%의 기업들이 지난 4년간 실효세율 인상으로 법인세 부담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효세율이란 각종 감면 공제 등을 빼고 실제로 과표 대비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를 나타내는 것이다. 2008년 이후 법인세율(22%)은 그대로지만 세법개정으로 각종 감면 공제가 계속 줄어들어 실효세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한세율이 2012년 14%에서 16%로, 2013년 다시 17%로 올라간 것도 세 부담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실제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은 45조원으로 전년보다 2조3000억원 늘었다. 올 1~2월 납부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권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최저한세율은 18%로 각각 올리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을 더욱 옥죄는 일이며 전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36개국이 법인세를 내렸다. 올린 나라는 그리스 키프로스처럼 재정위기에 처했거나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 정도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법인세를 충분히 많이 내고 있다. 총 세수 중 법인세 비중이 13.96%(2013년)로 OECD 3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6위다. 그런데도 단지 “대기업이니 돈 좀 더 내라”는 식의 주장이 여전하다. 언제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고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