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피폭지인 일본의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핵무기 폐기를 주제로 짤막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우리에게도 지나칠 수 없는 세기적 이벤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답방 형식으로 공습을 감행한 하와이 진주만을 11월께 방문할 예정이다. 히로시마와 진주만은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적지이면서 그동안은 미·일 정상들이 함부로 방문할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양국 정상이 교차로 이들 유적지를 방문한다는 건 2차대전 이후 유지돼온 패러다임의 전환이요, 미국과 일본이 동맹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국제 지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공을 들인 사업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있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를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방문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 사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내 일부 여론은 더욱 거슬린다. 언론들은 벌써 원폭 피해자를 인터뷰하면서 마치 일본이 태평양전쟁의 희생자라도 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1억 옥쇄’를 외치는 일본을 제압하고 참혹한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부득이 원폭을 투하했다. 원폭이 없었다면 그 어떤 지옥도가 재연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본이 이번 오바마의 평화공원 방문을 마치 피해국에 대한 위로 행사나 되는 듯이 윤색하려 든다면 이는 본말의 전도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피해국들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일본은 전범국가요 자국민 200여만명을 포함해 중국인 2000여만명과 수십만 한국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동맹관계를 맺는 것을 지지한다. 또 그 동맹이 아시아 지역의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허구적 피해의식으로 일본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깔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