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 상공인의 대표들이 이달 말 20대 국회 개원에 앞서 ‘20대 국회를 국민과 기업인이 응원하자’는 이색 결의를 다졌다는 소식이다. 어제 온양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의 결정이다. 상공인들은 “무조건적인 비난과 비판으로는 국회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먼저 소통하고, 국회가 결실을 보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의 발로다. 국회가 당리당략과 정략적 득실계산을 벗어나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필수요건이라는 인식이다. 기업인들은 또 경제성장과 산업 전략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신산업을 키우고, 수출과 내수가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성장공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자본’만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을 바꿔 ‘사회적 자본’까지 구축해야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상황판단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고, 중소기업 인력난과 실업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의 규제개혁이 절실하다는 주문도 내놨다.

상공인들의 이런 결의에 대해 일부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기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 삐딱하게 보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 오는 20일 회기를 끝내는 19대 국회의 실망스런 행태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이 간절히 원한 경제활성화법 등의 처리를 외면하고, 정쟁에 몰두한 전임 의원들의 업보인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언제부턴가 국민에게 도리어 걱정과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회의원으로서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든 건 물론이고, 국가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필수적인 지식을 학습했는지조차 의구심이 드는 실정이다. 국회의원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회법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복리증진 및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국가이익을 우선하겠다’고 선서한다. 이번 국회 당선자들은 등원하기 전에 선서문과 기업인들의 절실한 결의를 곱씹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