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의 비상장사] 독신·만혼에 고속성장 멈춘 듀오…IPO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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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듀오
18년째 업계 1위 '수성'
정성한, 마담뚜에 질려 창업 결심
전문경영진 체제…연매출 300억
회원수 3만…재혼시장 공략
2~3년내 기업공개
'소셜데이팅 앱' 도전 뿌리치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 위해
미래 새 성장동력 찾을 것
18년째 업계 1위 '수성'
정성한, 마담뚜에 질려 창업 결심
전문경영진 체제…연매출 300억
회원수 3만…재혼시장 공략
2~3년내 기업공개
'소셜데이팅 앱' 도전 뿌리치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 위해
미래 새 성장동력 찾을 것
‘연애’로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고객을 만나면 “그동안 어떤 연애를 하셨어요?”라고 묻는다.
국내 결혼정보업체 듀오다. 1995년 설립된 듀오는 3년 만에 1위로 올라선 뒤 18년째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비상장사로는 드물게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도입해 연간 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30억원 안팎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기반인 결혼적령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다. 비혼·만혼 풍조도 좀처럼 바뀔 기미가 없다. 웨딩컨설팅 등 관련 사업 다각화가 앞으로 성장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떻게 성장했나
창업자인 정성한 듀오 고문(54)은 자신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듀오를 설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상신브레이크 정도철 회장의 아들인 그는 20대 시절에 이른바 ‘마담뚜’를 통해 50회 넘게 맞선을 봤다. 실망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즉흥적으로 말을 바꾸는 소개문화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이 결혼 뒤 미국과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현지 결혼정보업의 성장에 눈을 뜨게 했다.
창업 초기에 정 고문이 가장 중시한 것은 고객의 신뢰 확보였다. 나이가 많은 중장년보다는 고객층과 비슷한 또래의 직원들이 소개업무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비교적 외국어에 능통하고 적정 소양을 갖춘 젊은이들을 적극 채용했다. 듀오는 국내 최초의 결혼정보회사인 ‘알트만코리아’(1986년)를 비롯 ‘에코러스’(1989년) ‘선우’(1992년) 등에 비해 후발주자였지만 창업 3년 만에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단기 성장이 가능했던 데는 전문경영인 체제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 고문은 2000년대 들어 자신보다 결혼정보업에 더 적합한 경영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외부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전문성’ 있는 ‘여성’이 ‘오래 일할 것’. 이렇게 뽑힌 첫 전문경영인이 KBS 아나운서 출신인 신은경 전 사장이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인 김혜정 전 사장을 거쳐 2014년 5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출신인 박수경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듀오의 회원 수는 3만1549명이다. 이 가운데 남자는 1만6611명, 여자는 1만4938명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연령대는 결혼적령기보다 1~2살 많은 수준으로 남자는 32~34세, 여자는 30~32세 정도다.
최근에는 재혼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재혼을 적극 고려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듀오 회원 가운데 초혼 비율은 85%, 재혼 비율은 15% 수준이다.
◆미래 성장동력 있나
듀오의 주수입원은 회원들의 회비다. 조건, 만남 횟수 등 프로그램에 따라 연간 회비는 150만~1000만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약속된 만남 횟수를 다 채우면 소진된다. 이때 재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재가입 회원 비율은 21%(6693명) 수준. 재가입을 하지 않는 때도 회원 수는 감소하지만 결혼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회원 수는 줄어든다. 회원 수 감소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해가 갈수록 결혼적령 인구가 줄어들자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듀오의 지난해 매출은 31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전년(357억원)에 비해 11.2% 줄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듀오의 경쟁사는 2위 업체인 가연이 아니라 ‘이음’ ‘아만다’ 같은 소셜데이팅 앱(응용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조건과 사진을 입력하고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소셜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20~30대가 늘면서다. 듀오 역시 2012년 ‘데이트북’이라는 소셜데이팅 앱을 개발했으나 결과는 신통찮았다. 무엇보다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정보업체에 갖고 있는 반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데이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시류에 영합해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된 경우”라며 “결혼정보시장이라는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듀오도 내부적으로 이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타개책은 기업공개(IPO)다. 박수경 사장은 “앞으로 2~3년 내 상장을 성공시켜 웨딩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듀오는 정 고문을 비롯한 창업주 일가가 지분 83.2%를 갖고 있고 개인투자자 2명이 나머지 16.8%를 보유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국내 결혼정보업체 듀오다. 1995년 설립된 듀오는 3년 만에 1위로 올라선 뒤 18년째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비상장사로는 드물게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도입해 연간 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30억원 안팎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기반인 결혼적령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다. 비혼·만혼 풍조도 좀처럼 바뀔 기미가 없다. 웨딩컨설팅 등 관련 사업 다각화가 앞으로 성장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떻게 성장했나
창업자인 정성한 듀오 고문(54)은 자신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듀오를 설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상신브레이크 정도철 회장의 아들인 그는 20대 시절에 이른바 ‘마담뚜’를 통해 50회 넘게 맞선을 봤다. 실망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즉흥적으로 말을 바꾸는 소개문화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이 결혼 뒤 미국과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현지 결혼정보업의 성장에 눈을 뜨게 했다.
창업 초기에 정 고문이 가장 중시한 것은 고객의 신뢰 확보였다. 나이가 많은 중장년보다는 고객층과 비슷한 또래의 직원들이 소개업무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비교적 외국어에 능통하고 적정 소양을 갖춘 젊은이들을 적극 채용했다. 듀오는 국내 최초의 결혼정보회사인 ‘알트만코리아’(1986년)를 비롯 ‘에코러스’(1989년) ‘선우’(1992년) 등에 비해 후발주자였지만 창업 3년 만에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단기 성장이 가능했던 데는 전문경영인 체제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 고문은 2000년대 들어 자신보다 결혼정보업에 더 적합한 경영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외부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전문성’ 있는 ‘여성’이 ‘오래 일할 것’. 이렇게 뽑힌 첫 전문경영인이 KBS 아나운서 출신인 신은경 전 사장이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인 김혜정 전 사장을 거쳐 2014년 5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출신인 박수경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듀오의 회원 수는 3만1549명이다. 이 가운데 남자는 1만6611명, 여자는 1만4938명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연령대는 결혼적령기보다 1~2살 많은 수준으로 남자는 32~34세, 여자는 30~32세 정도다.
최근에는 재혼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재혼을 적극 고려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듀오 회원 가운데 초혼 비율은 85%, 재혼 비율은 15% 수준이다.
◆미래 성장동력 있나
듀오의 주수입원은 회원들의 회비다. 조건, 만남 횟수 등 프로그램에 따라 연간 회비는 150만~1000만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약속된 만남 횟수를 다 채우면 소진된다. 이때 재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재가입 회원 비율은 21%(6693명) 수준. 재가입을 하지 않는 때도 회원 수는 감소하지만 결혼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회원 수는 줄어든다. 회원 수 감소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해가 갈수록 결혼적령 인구가 줄어들자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듀오의 지난해 매출은 31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전년(357억원)에 비해 11.2% 줄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듀오의 경쟁사는 2위 업체인 가연이 아니라 ‘이음’ ‘아만다’ 같은 소셜데이팅 앱(응용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조건과 사진을 입력하고 원하는 상대방의 조건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소셜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20~30대가 늘면서다. 듀오 역시 2012년 ‘데이트북’이라는 소셜데이팅 앱을 개발했으나 결과는 신통찮았다. 무엇보다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정보업체에 갖고 있는 반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데이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시류에 영합해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된 경우”라며 “결혼정보시장이라는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듀오도 내부적으로 이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타개책은 기업공개(IPO)다. 박수경 사장은 “앞으로 2~3년 내 상장을 성공시켜 웨딩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듀오는 정 고문을 비롯한 창업주 일가가 지분 83.2%를 갖고 있고 개인투자자 2명이 나머지 16.8%를 보유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