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 철강회사 신일철 "포스코 지분 3.3% 남기고 매각"
일본 1위 철강회사인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이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지분 5.04% 중 1.72%(약 3110억원어치)를 팔기로 결정했다. 신일철이 일본 4위 철강업체 닛신제강을 합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포스코 주식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분석이 많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신일철이 철강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한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철강사 합병 발표 직후 지분 매각

신일철은 16일 성명을 내고 보유 중인 포스코 지분 가운데 150만주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3110억원 규모다. 신일철은 포스코 주식 439만4712주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이 끝나면 신일철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율은 3.32%로 낮아진다.

신일철은 “경쟁력 제고와 해외사업 확장, 자산 감축을 위해 포스코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매각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철 강업계에서는 신일철이 일본 닛신제강을 합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포스코 지분을 매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일철은 지난 13일 닛신제강과의 합병안을 발표했다. 닛신제강 인수에는 약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서 시작된 철강업계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란 평가가 나왔다. 몸집을 키워 원료 구매비용을 줄이고, 설비 투자를 효율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내 철강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철 강업계 관계자는 “신일철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며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아르셀로 미탈과의 격차를 줄이면서 중국 허베이철강 및 바오산철강 같은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와 우호관계 영향 주나

신일철은 성명을 통해 “포스코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일철이 철강업계 미래를 밝게 보고 있지 않아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신제강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포스코 지분을 가장 먼저 매각한 것은 철강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2조4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 감소한 수준이다. 아울러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지난해 4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65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세계적인 공급 과잉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당장 포스코와 신일철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포스코와 신일철은 2000년 상호출자, 공동 기술개발 등의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제휴를 맺었다. 신일철은 포스코 지분 3.3%를, 포스코는 신일철 지분 2.5%를 보유하기로 했다.

신일철이 이번에 매각하는 포스코 주식은 제휴와 무관한 지분이다. 포스코와 신일철은 지난해 제휴기간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2000년에 제휴를 맺은 뒤 5년마다 제휴를 연장했다. 지난해에는 제휴 기간을 3년으로 단축했다.

두 회사는 2012년부터 특허 침해와 관련해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신일철이 포스코가 자사 퇴직 사원을 고문으로 채용해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빼돌렸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합의를 통해 관련 공방을 마무리지었다. 포스코는 신일철에 300억엔(약 2953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